청약 경쟁률 고작 0.29대 1 고배
모기업 두산인프라코어 주가 급등
실권주 다음주 기관에 배정키로
시장수요 예측 실패로 ‘공모 재수’에 나섰던 두산밥캣이 이번엔 생각지도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쇼크 여파로 처참한 흥행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 이틀 사이 같은 재료로 울고 웃는 촌극을 연출했다.
10일 두산밥캣의 기업공개(IPO)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8~9일 실시된 두산밥캣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고작 0.29대1로 애초 일반공모 목표(약 600만주)의 3분의1도 채우지 못했다. 청약 첫날인 8일 경쟁률이 0.3대1이었음을 감안하면, 마감날인 9일 일부 물량이 오히려 발을 뺀 셈이다.
애초 지난달 공모를 진행하려 했던 두산밥캣은 지나치게 높은 희망 공모가(4만1,000~5만원) 논란 속에 수요가 예상에 크게 못 미쳐 한차례 일정을 연기했다. 이후 공모물량을 대폭 줄이고(4,898만→3,000만주) 희망 공모가도 3만원으로 대폭 낮추며 이번에 재도전에 나섰지만 하필 청약 마감일이 투자심리를 패닉으로 만든 트럼프 당선일과 겹치며 다시 한번 쓴 잔을 들이키게 됐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면서 두산밥캣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아쉽다”며 “다만 미청약 물량은 일단 대표 주관사가 떠안기 때문에 오는 18일로 예정된 유가증권시장 상장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상황은 하루 만에 반전됐다.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약했던 트럼프의 당선으로 굴삭기 등 소형 건설장비 부문 북미지역 시장점유율 1위인 두산밥캣이 일약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꼽힌 것이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두산밥캣의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전날보다 14.8%나 급등했고, 18일 상장 시 두산밥캣의 예상주가도 공모가를 훨씬 웃도는 5만원 안팎까지 단기간 급등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주인을 찾지 못한 두산밥캣 실권주를 다음 주 중 원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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