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0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합성 사진을 사실로 믿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허위 공세’를 폈다가 망신을 당했다. 청와대는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윤 의장은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박 대통령을 조롱하며 선거에 이용한 것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제대로 될 리 없으므로, 박 대통령이 국내용 국정뿐 아니라 외교ㆍ안보ㆍ국방 분야에서도 손을 떼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윤 의장의 비판은 “누가 여성 대통령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한국을 보게 하라”는 여성 비하 문구가 적힌 트럼프 당선인의 사진에 근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진은 한 블로거가 지난 10월 재미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문구도 트럼프의 실제 발언이 아니다. 이 블로거는 사진에 ‘트럼프가 이렇게 말하면 선거에서 이기지 않을까’라는 제목을 달아 ‘합성 사진’임을 밝혀 두었지만, 윤 의장은 박 대통령 공격에만 열을 올리다가 실언을 하고 말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확인 결과,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 우리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윤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한미 정상회담 같은 국가 중대사를 그런 식으로 언급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의장은 민주당 공보실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박 대통령을 조롱했다는 것은 사실과 달라 정정한다”며 발언을 거둬들였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도 10월 같은 사진을 인용하며 “대한민국 국제 망신”이라고 비판했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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