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선 때보다는 신중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지 이틀째인 10일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노동당기관지인 노동신문,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한 짧은 논평을 내놓긴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공격하지도 않고 있다. 차기 미 행정부가 ‘핵 강국’인 북한과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북한은 2008년 11월 버락 오바마가 당선됐을 때는 핵 신고 검증을 위한 시료채취를 거부하는 등 긴장 국면을 조성했었다. 이전과 다른 북한의 신중한 행보는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이 낮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오바마 정부 출범 2개월여 만인 2009년 4월 장거리로켓(은하2호)을 시험발사, 오바마 대통령을 대북 강경노선으로 선회시킨 전례가 있다. 하지만 북한이 8년 전의 실수를 반복할 경우 오바마 정부보다 더 강력한 대응조치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언론 논평을 통해 ‘전략적 인내’가 전략적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민주당 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가 공화당 소속 트럼프의 당선으로 실패했다는 논리다. 노동신문은 10일 ‘미국의 대조선 제재 압살 책동은 파산을 면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이 바라는 조선(북한) 핵 포기는 흘러간 옛 시대의 망상”이라고 밝혔다. 논평은 “미 집권자들의 가련한 운명은 제재가 얼마나 허황한 것인가를 명확히 실증해주고 있다”면서, 전략적 인내에 대해 “새 행정부에 핵강국을 대상(상대)해야 할 더 어려운 부담을 들씌워 놓았다”고 했다.
논평은 이어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그러한 견해에 기초해야 다음 미국 대통령이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차기 정부는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이후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평은 또 지난달 25일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의 핵포기 불가’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심중한 충고”라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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