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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에 추억 선물하는 유쾌한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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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에 추억 선물하는 유쾌한 사진사

입력
2016.11.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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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에 졸업앨범을 만들어주는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는 유형일(44)씨는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속초시 제공
시골학교에 졸업앨범을 만들어주는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는 유형일(44)씨는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속초시 제공

강원 속초시청 시정홍보팀 사진 담당 유형일(44)씨는 최근 주말이면 시골학교를 찾아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앨범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을 렌즈에 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즐거워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웃음도 전염병이라고 하잖아요. 학창시절 추억을 담기 위해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해피 바이러스에 감염된 느낌입니다. 제가 더 큰 선물을 받은 셈이죠.”

유씨는 2년 전부터 바쁜 시간을 쪼개 시골 학생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고교 시절 담임 선생님이 교장으로 있던 양양의 중학교가 예산문제로 앨범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부터다. 유씨는 “사진촬영을 직업인 데다, 부모님을 도와 사진관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리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아 졸업앨범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재능기부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해 양양군 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중학교 등 3곳이 유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흔쾌히 앨범을 만들어줬다. 올해도 양양의 한 중학교 졸업앨범 제작에 나서 최근 인물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유씨는 “소규모 학교에서는 큰돈이 들어가는 전문업체 졸업앨범을 맡겨 제작하기는 힘들다”며 “학교에서 재료비를 부담하면 사진촬영과 편집을 해주는 방식으로 졸업앨범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유씨가 재능기부에 나선 곳은 모두 졸업생이 10~20여 명에 불과한 소규모 농촌 학교다. 그가 만든 앨범은 일반 학교와 달리 특별하다. 학생 1명에 1페이지를 배려해 인물사진과 스냅사진, 단체사진을 모두 담는다. 이뿐 아니라 종이에 사진을 인쇄하는 흔한 졸업앨범이 아니라 웨딩사진처럼 인화한 사진을 페이지마다 압축해 붙이기 때문에 고급스럽다는 게 학교 측의 얘기다.

“인물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유씨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때마다 하나, 둘씩 인생을 배운다”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재능을 기부한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속초=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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