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친화정책 기대감 호재 작용
코스피 2.26%ㆍ닛케이 6.72% ↑
亞 전날 낙폭 회복하며 반등
환율은 소폭이지만 이틀째 올라
트럼프 쇼크가 국제금융시장에 몰고 온 공포가 가시는데 까지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수락 연설 이후 미국ㆍ유럽 주요 증시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고, 곧 이어 개장한 아시아 증시 역시 전날 낙폭을 거의 만회하며 큰 폭의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크고 작은 이슈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금융시장의 출렁임이 지속될 것”이라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4.22포인트(2.26%) 상승한 2,002.60에 마감했다. 전날 급락분(2.25%)을 하루 만에 오롯이 회복한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9일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만 2,139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공포심리를 주도했던 외국인은 이날 그보다 많은 2,18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전날(599.74) 600선을 내줬던 코스닥지수도 개장가(615.16)부터 600선을 넘어서더니 전 거래일보다 23.49포인트(3.92%) 오른 623.23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반등했다. 전날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최대 일일 낙폭(5.36%)을 보인 일본 닛케이255지수는 이날 6.72% 급등했고, 중국 홍콩 대만 인도 증시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앞서 장을 마감한 미국과 유럽증시에는 충격이 거의 전해지지조차 않았다. 트럼프 당선 소식에도 9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는 초반 하락세를 만회하며 1% 내외 상승으로 마감했고, 유럽의 경우 10일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트럼프 쇼크에 아시아 시장에 몰아쳤던 공포는 반나절 만에 해소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선 수락 연설을 통해 트럼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해소된 게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선 과정 내내 막말과 폭언, 편 가르기를 일삼았던 트럼프는 전날 아시아 증시가 마감한 뒤 가진 당선 수락 연설에서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 “미국을 최우선시하겠지만 모두를 공정하게 대하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이성적으로 행동할 거란 기대가 시장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경제공약이 미국 성장률을 견인하고, 이는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 역시 국제금융시장 안정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트럼프의 성장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가 국제금융시장에 크게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재정지출 확대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내년 코스피지수가 최대 2,3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경계 심리 또한 쉽게 누그러지고 있지는 않다. 공약들이 하나 둘 정책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 충격은 더 클 수 있는 만큼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위험자산 선호가 두드러진 증시와 달리 외환시장에서는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상승폭이 줄긴 했으나 전날 14.5원 급등한 원ㆍ달러환율은 이날에도 1.1원 오른 1,150.6원에 마감했다. 이승훈 연구원은 “공약의 현실 적용 여부를 따져볼 미국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활동 기간(100일) 동안 단기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혜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세로 부족해진 재원을 수입물품에 관세를 부과해 충당하겠다는 트럼프의 경제 공약은 주변국과 상당한 마찰을 불러와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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