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미국의 로맨스, 낭만적 비전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파란을 일으키며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 지식인 사회의 좌절과 자성이 잇따르고 있다. 주로 진보적 지식인들이 미국사회의 실상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참담함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진보적 경제학자이자 노벨상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 로맨스는 끝났다”며 공화당의 트럼프를 당선시킨 대선 결과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해왔던 그는 이날 NYT온라인판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가 향후 미국사회 분위기에 끼칠 어마어마한 피해, 단지 그것만이 아니다. 거대한 환멸도 있는데, 미국의 낭만적 비전이 끝났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루그먼은 특히 이날 자 ‘우리가 모르는 우리나라’(Our Unknown Country)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미국 지식인으로서 미국인의 바닥 정서를 읽지 못한데 대해 통렬하게 반성했다. 그는 “나 같은 사람 그리고 대다수 독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며 “우스꽝스러운 후보에게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이 나라가 인종편견과 여성혐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어도 오랜 시간이 흐르며 개방적이고 관용적 사회가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틀렸다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도시 외곽에 사는 많은 백인들이 미국에 대한 우리의 견해와 같지 않았다. 미국은 실패한 국가인가”라고 반문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칼럼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도 NYT 기고에서 현재의 심정을 “집을 잃은 노숙자”에 빗댄 뒤 “트럼프의 당선이 나는 63세 평생 그 어느 때보다 두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두려운 것은 트럼프가 정말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어떻게든 이 판을 바꿔야 한다는 미국민의 격렬한 마음이 분출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선된 그에게 바라는 것은 후보시절 같은 불같은 성격, 과격함을 바꾸지 않으면 지지했던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정치전문가인 칼럼리스트 앤 애플바움은 워싱턴포스트에서 “여성을 더듬거나 사업파트너를 사기 친 일을 자랑처럼 얘기하고, 유럽 등 전통적인 동맹국을 공공연히 싫다고 밝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과 한국에 핵무기를 가지라고 요구하거나 독재자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칭찬했다며 “트럼프 체제의 미국을 자유세계 리더로 보기 힘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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