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 요구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방위비 분담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강력 주장하는 공약이지만 역대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도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 앨런 롬버그 석좌연구위원은 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요구가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교한 여론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반도를 둘러싼 미ㆍ중간의 패권 경쟁이 거세질 전망이지만, 한국은 안보적 측면에서 한미동맹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_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한반도의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8년 전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은 동아시아 중시정책을 폈다. 트럼프 정권에서도 동아시아를 중시하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다. 미국의 중대한 국가적 이익이 이 지역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중동 혹은 다른 지역에서 분쟁이 터져 일시적으로 주의가 분산되더라도,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 및 한미관계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우선순위는 유지될 것이다.”
_차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누가 이끌 것으로 보나.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총괄했다. 트럼프 정권도 그럴 것이다. 누가 NSC 참모가 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에서 긴급한 일이 터지면 대통령이 어떤 의견을 내는지가 늘 결정적 변수였기 때문이다.”
_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와 어떻게 다를까.
“지금 단계로는 어떤 정책이 나올지 불확실하다. 그러나 ‘국익 중시’라는 기본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통상 이슈의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운명이 중요하다. 아시아에서 미국이 주도적 위치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TPP 협정을 손쉽게 폐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의 지도력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_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청할 것으로 보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역대 미국 행정부의 정책 목표이기도 하다. 미 의회도 한국을 비롯해 미군이 주둔한 국가들이 더 많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의 비용 부담을 인정하지만, 더 부담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분담금 증액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며 북한이라는 공동 위협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는 데에 한국인들이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_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떨 것으로 보나.
“북핵이 대외정책의 최우선 이슈가 될 것이다. 트럼프 정권도 목표를 (핵동결이 아닌) 비핵화에 둘 것이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핵을 포기한다면 북한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방치한다면 북한이 곧 미국을 공격할 핵 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미국이 바로 선제타격에 나서진 않을 것이다. 다만 핵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의 발사 태세 정황이 드러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사전에 제거하라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_한국 외교의 선택지는 뭘까.
“동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 한국은 중요한 나라다. 한국도 중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계속 깊어지고 있다. 나는 미국이 한중관계 약화를 모색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ㆍ안보 분야에서는 한미관계가 절대적 중요성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북한의 위협은 서울ㆍ워싱턴 사이에 새로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와 같은) 방어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꾸준히 설득할 필요가 있지만, (중국 반대 때문에) 방어체계 배치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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