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 가전 멕시코 생산 美 수출
35% 관세 폭탄 현실화할까 우려
현대ㆍ기아차는 FTA 재협상 걱정
제약 완제품 수출사는 악영향 예상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앞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미 갤럭시노트7 단종과 차 판매량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까지 증폭되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현대ㆍ기아차 보다는 미국에 가전 생산 공장을 갖고 있지 않은 삼성ㆍLG전자의 충격이 더 큰 편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30%인 42조5,042억원에 달했다. 1996년부터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 품목인 반도체는 트럼프의 집권 이후에도 큰 영향이 없겠지만 멕시코에서 생산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부문이 문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중 “멕시코 생산 제품에 35% 정도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점유율이 높은 한국 업체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북미에서 16조3,963억원의 매출을 올린 LG전자도 비상이 걸렸다. 3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북미로 수출하는 생활 가전을 주로 멕시코에서 만들고 있는 LG전자는 경쟁력 하락과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폭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 완성차 82만여대를 수출한 현대ㆍ기아차도 고민이 깊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차는 쏘나타, 싼타페, 아반떼 뿐이다. 나머지 차종은 모두 한국 등지에서 생산한 뒤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미 FTA로 철폐된 관세(2.5%)가 부활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미국 시장을 겨냥해 야심 차게 내놓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마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제네시스를 통해 전 세계 고급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현대차의 장기 전략에도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생산보다 수출 물량이 2배 가까이 많은 기아차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지난 5월 가동에 들어간 멕시코 공장은 장기적으로 생산 물량의 60%를 미국으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내수 물량까지 감안해 멕시코 공장을 세웠는데, 보호무역으로 멕시코 현지 경제가 황폐해질 경우 구매력이 감소하는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기업들은 미국 내 철강업체들의 지속적인 수입 규제 요구로 이미 반덤핑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진 상태여서 상황이 더 악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중국과 동남아로 확산돼 권역별로 무역장벽을 쌓게 될 경우엔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시간 동안 의약품 가격을 시장 경쟁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제약 산업은 수혜 업종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선 불확실성이 크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의약품 종류나 진출 방식 등에 따라 기업마다 희비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약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를 미국에 출시하는 셀트리온은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신약기술을 다수 수출한 한미약품 역시 현지 업체와 협력해 상용화 단계를 밟는 전략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맞아떨어진다. 반면 기술이 아닌 완제품을 수출하는 제약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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