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봉합은 됐지만… 재분열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트의 대권 장악으로 미 공화당 지도부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를 비난하며 지지를 철회했던 공화당 인사들이 속속 트럼프의 곁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감정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분열할 수 있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트럼프에게 등을 보였던 공화당 실력자들이 당선 결과가 나오자 남보다 먼저 축하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덕분에 공화당을 위협하던 당내 갈등은 수그러드는 모양새이다.
시종일관 적극적인 지지도 지지 철회를 선언하지도 않으며 트럼프와 미지근한 관계를 유지했던 공화당의 일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9일 밤 위스콘신 주 제인스빌 연설에서 당선 축하 인사를 전하며 갈등 해소를 위한 손을 재빨리 내밀었다. 그는 “트럼프는 하나가 된 집권 공화당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치켜세우면서 “그는 많은 사람이 결승선을 넘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라이언 의장이 선거 당일(8일) 밤과 9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트럼프와 전화로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라이언 의장은 대선 레이스 동안 수차례 트럼프와 충돌하며 당내 갈등을 키웠던 인물이다. 그는 선거 캠페인 말미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상ㆍ하원 선거에 먹물이 튈 것을 우려해 “트럼프를 방어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의회선거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트럼프 지원 유세를 멈춘 바 있다.
트럼프 지지를 거부했던 부시 가문도 일제히 ‘대통령 트럼프’를 인정하고 나섰다. 조지 H.W.부시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내 바버라와 함께 트럼프에게 축하를 보내며 다음 대통령으로서 미국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잘 이끌기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당내 경쟁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우리의 대통령으로서 맞이할 날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를 ‘정직하지 못한 정치인’이라고 평했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축전을 서둘러 보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자신을 멀리했던 공화당 지도부를 흔쾌히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들이 안팎의 비난과 재차 직면할 경우 일찌감치 ‘반 트럼프’노선으로 돌아서 차기 대선 레이스에 몰입하는 인사들로 인해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공화당 안팎에서는 분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라이언 의장의 당내 위상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FT는 “내주 이후 치러질 하원의장 선거에서 트럼프가 라이언 의장을 재신임하는 모양새가 공화당을 위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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