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거래가 금지된 멸종위기 동물을 밀수입하고 아이들이 많이 찾는 이동식 동물원에 이용한 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0일 동물 밀수업자 김모(38)씨와 이동식 동물원을 운영한 중간유통업자, 방과 후 수업교사 등 15명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2014년 8월 태국 방콕시 짜투짝 시장에서 500만원에 산 멸종위기종 슬로로리스 원숭이 6마리와 긴꼬리원숭이 2마리, 샴악어 15마리를 양말이나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 인천공항을 통해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멸종위기 동물로 어린이 대상 이동 체험학습을 하거나 동물카페, 사설동물원 운영업자에게 팔아 넘겼다. 이들은 또 단속에 대비해 적법한 거래인 것처럼 속이려고 멸종위기종 양도·양수 신고서를 위조했다.
김씨에게 멸종위기종 동물을 산 업자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돌며 시간당 20만원을 받고 희귀동물 체험수업을 하거나 소규모 사설 동물원에서 사육, 전시했다.
경찰은 이들의 사설 동물원과 창고 등에서 또 다른 경로 등을 통해 밀수입된 사막여우, 미얀마 비단구렁이, 슬로로리스 원숭이 등 멸종위기종 19마리와 동물 사체를 압수했다. 동물들은 대부분 좁고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사육되고 있었고, 발육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지난 2월 대구의 한 동물병원이 슬로로리스 원숭이를 치료했다는 동물자유연대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밀수업자 등을 검거하게 됐다.
심인섭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팀장은 “검역을 거치지 않은 야생동물을 어린이들과 접촉시킨 것은 인수공통전염병이나 풍토병 감염 가능성에 노출시켰다는 얘기”라며 “밀수 단속이 부실한 것도 문제지만 이동형 동물원을 규제할 법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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