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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이민자

입력
2016.11.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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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은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내가 브리즈번의 스프링힐에 처음 집을 얻었던 시절만 해도 그 도시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포는 500여 명 정도였다. 일본인 마이코는 집세를 아끼기 위해 욕실이 딸린 커다란 마스터룸을 나에게 빌려주었다. 아마 주당 200달러였을 거다. 그 도시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제일 먼저 순복음교회를 권했다. 호주의 교회 한쪽을 빌려 쓰는, 하나뿐인 한국인 교회였다. 나는 공손하게 거절했다. 기독교 신자도 아니었거니와 여기까지 와서 무슨 한국인들끼리 오글오글 모여있느냐,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민자에게 무척이나 관대하다는 호주에서도 역시나 이민자들은 따로의 삶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국인 회계사는 한국인 사업가들을 상대로 회계 업무를 보았고 호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한국인 변호사도 한국인의 변호만을 맡았다. 한국인 자동차 딜러는 한국인에게만 자동차를 팔았다. 한국인 미용사도 한국인의 머리를 잘라주었다. 종종 레바니즈 손님들이 찾아왔지만 그건 다른 미용실에 비해 가격이 싼 탓이었다. 그들은 영어를 제법 유창하게 사용했지만 그런다 한들 호주 토박이에 비한다면 어설펐고 느렸다. 호주인들의 삶 속으로 완전히 파고들기에는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들끼리 슈퍼를 하고 방앗간을 하고 세탁소를 운영했다. 그리고 교회에 다녔다. 500명의 한국인들은 타국에서 그렇게 소수인이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그들의 소수적 삶에 대한 소설을 여러 편 썼다. 추방, 배제 같은 단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던 트럼프의 당선 소식이 그래서 나는 조금 슬프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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