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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talk] ‘안투라지’가 재미없는 이유 몇가지

입력
2016.1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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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안투라지’에서 이동휘(왼쪽부터)와 이광수 박정민 서강준이 남자들의 지질한 우정을 연기한다. tvN 제공
드라마 ‘안투라지’에서 이동휘(왼쪽부터)와 이광수 박정민 서강준이 남자들의 지질한 우정을 연기한다. tvN 제공

역시나였다. 소문난 잔치인데 먹을 것은 없다. 샴페인을 방송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미국 동명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던 tvN 드라마 ‘안투라지’가 ‘노잼’(재미 없다는 뜻) ‘폭망’(크게 망했다는 뜻)이라는 수식어와 묶이며 방송 초부터 외면을 받을 조짐이다.

부풀 대로 부푼 기대감 속에 지난 4일과 5일 첫 주 방송을 내보냈지만, 돌아온 성적표는 초라했다. 1회는 2.3%(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2회에서 1.2%로 반 토막이 났다. 마찬가지로 미국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던 tvN '굿 와이프'가 1회 4%, 2회 3.8%로 출발해 6%대 시청률로 종방한 것과 비교하면 뒷맛이 더 쓰다. 벌써부터 “조기종방도 못하는데” “이러려고 사전제작했나”라는 푸념이 나온다.

‘안투라지’는 차세대 톱스타 영빈(서강준)과 그의 친구인 호진(박정민), 거북(이동휘), 준(이광수) 그리고 영빈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대표 은갑(조진웅)을 내세워 화려한 연예계의 일상과 그 이면을 그린다. 원작 드라마는 노골적인 성 묘사와 음담패설, 욕설 등 수위 높은 내용을 담아 미국 성인들의 마음을 잡았다. 한국판 ‘안투라지’는 시청자들로부터 싸늘한 반응을 얻고 있는데 문제는 무엇일까. 한국일보 엔터테인먼트팀 기자들이 ‘안투라지’를 꼼꼼히 따져봤다.

한때 영화감독을 꿈꿨던 호진(왼쪽ㆍ박정민)은 톱스타 영빈(가운데ㆍ서강준)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친구이자 매니저다. tvN 제공
한때 영화감독을 꿈꿨던 호진(왼쪽ㆍ박정민)은 톱스타 영빈(가운데ㆍ서강준)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친구이자 매니저다. tvN 제공

라제기 기자(라)=“초반부 전개만 보면 연예계의 애환보다는 화려한 삶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외형은 제작비를 많이 쓴 티가 난다. 하지만 그에 비해 배우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드라마 ‘온에어’(SBS)의 경우 김하늘이 톱스타를 연기해 감정이입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안투라지’의 서강준에게는 그런 식의 몰입이 안 된다. 연예계가 배경인 탓에 배우의 지명도가 캐릭터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

조아름 기자(조)=“그래서 서강준의 연기가 더 아쉽게 느껴진다. 톱스타 영빈의 자유분방한 면모를 좀 더 능청스럽게 표현했어야 한다.”

양승준 기자(양)=“1회에 하정우와 박찬욱 감독이 카메오로 등장했는데 주연배우들이 밀리는 느낌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해야 할까. 카메오가 도리어 역효과를 불러왔다.”

김표향 기자(김)=“전체적인 캐스팅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쓰임새다. 이동휘의 재치와 이광수의 개성, 박정민의 진지함 등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과잉 소비하는 느낌이다. 앙상블도 조화롭지 않았다.”

조=“이야기가 선정적이어서 놀랐다. 여성 출연자들의 노출도 그렇지만, ‘오른손과 연애한다’ 등 특정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저급한 대사들이 더 거슬렸다. 또 그런 대사들을 이야기 맥락과 상관 없이 남발해 ‘입만 살아 있는 드라마’ 같다고 생각했다.”

강은영 기자(강)=“여성 입장에서 불편함을 느꼈다면 문제라고 본다. 이 드라마의 성적 유머는 10~20대 남성 집단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드라마라면 보편성 있는 풍자와 재치가 담겨야 하지 않을까.”

라=“차라리 19세 시청가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화끈한 묘사로 성인 시청자들의 은밀한 욕망을 간접적으로 해소해주는 것도 아니고, 연예계의 생리를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그저 한바탕 소동극 같다.”

김=“해외 시장까지 고려했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중국 심의 기준에 맞추려 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수위가 어정쩡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사실 대사만 야하지, 개별 장면들은 그렇게 야하지 않다. 대사는 자막을 통해 각 나라별 정서에 맞게 충분히 순화할 수 있지 않나.”

라=“방송사가 만드는 연예계 이면의 이야기니까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는데 기대 이하다. 예를 들어 첫 회 부산국제영화제 장면에서 외국인 게스트들이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영화를 보는데, 부산영화제는 그리 격식을 따지지 않는 영화제다. 여러 장면이 실상과 다르고 디테일이 떨어진다. 시각적으로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리얼리티를 배제하다 보니 흥미가 오히려 떨어지는 거다.”

강=“사실 시청자들은 연예계를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KBS2)은 방송국 사람들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그리고도 시청률이 낮았다. 연예계를 다룬 콘텐츠는 대부분 실패하지 않았나. 정보도 많고 충분히 알고 있는 분야라 매력이 떨어진다.”

양=“그렇기 때문에 연예계를 더 가열차게 꼬집고 풍자해야 하는데 그런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연예계에 대한 선입견만 강화하고 있다.”

조=“아직 방송 초기이지만 극적 구조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연예인들이 일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고 돈 쓰고 노는 장면만 등장한다.”

라=“물론 주인공들이 차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결과는 뻔하지 않겠나. 영빈은 진짜 배우로 거듭날 테고, 호진은 매니지먼트사 대표나 영화제작자가 될 것이다. 의외성이 없으니 다음 내용도 기대되지 않는다.”

강=“‘굿와이프’랑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 ‘굿와이프’는 확실히 기승전결의 구조가 있었다.”

양=”미국에 준 판권료가 4억~5억원이다. 각색 작가가 따로 있으니 각본에 많은 돈이 들어간 셈이다. ‘안투라지’가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데 굳이 그리 많은 돈을 들여 리메이크 할 필요가 있었을까. 잠재력 있는 작가에게 취재비 등을 더 지급해 좋은 각본을 쓰도록 하는 게 훨씬 생산적인 방법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안투라지’가 담아낸 연예계 모습이 현실과 동떨어지며 재미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tvN 제공
‘안투라지’가 담아낸 연예계 모습이 현실과 동떨어지며 재미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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