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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

입력
2016.1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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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1.10

오늘은 마르틴 루터의 생일이다. 그의 ‘95개조 반박문’을 읽었다.
오늘은 마르틴 루터의 생일이다. 그의 ‘95개조 반박문’을 읽었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독일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써 붙인 95개조 반박문은 면죄부를 팔러 오던 교황의 사제만이 아니라 비텐베르크 시민들이 읽게 하려던 거였다. 돈으로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건 복음의 본질에 역행하는 터무니 없는 술수임을 그는 조목조목 논증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회개하라’고 하신 것은, 믿는 자들의 생애 전체가 회개하는 삶이어야 함을 일깨우고자 한 것이다”로 시작하는 반박문에서 루터는 복음이 전하는 인간의 죄와 사면의 의미를 환기하며 “교황의 면죄부가 인간이 하나님과 화해하는, 측량할 수 없는 귀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33조)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면죄부를 사는 것이 선행보다 중요하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41조) 하며 “가난한 자를 구제하고 궁핍한 자에게 꾸어주는 것이 면죄부를 사는 것보다 더 선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리스도인에게 가르쳐야 한다”(43조)고 썼다. “왜냐하면 사랑은 사랑을 베푸는 행위로 성장하지만(…) 면죄부로는 인간이 보다 선하게 되지 못하고 다만 형벌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일 뿐”(44조)이기 때문이다. 루터는 “교황의 문장으로 장식된 화려한 십자가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능력이 같다고 말하는 것은 신성모독”(79조)이라며, 지금 우리가 특히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같은 (그릇된)가르침이 민중들에게 선포되는 것을 보고도 묵인하는 감독과 교구 목사와 신학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80조)

대통령과 그의 청와대 수족들이 앞장서고 총리 이하 여러 고위 공직자들이 꽁무니를 좇으며 대한민국의 국체와 정체를 조롱하고 헌법을 비롯한 무수한 법과 시스템을 짓밟아온 과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입법부와 감사원과 국가정보기관이, 검찰과 경찰이, 유감스럽게도 언론이, 내도록 무용지물이었거나 범죄에 적극적으로 부역했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전경련이란 정경유착 창구를 통해 뒷돈을 댔다. 이제 그들은 국민 대다수가 알지도 못하던 한 민간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라 혈안이 돼 있다.

탈도 많은 사람이었지만, 500년 전 루터의 지적은 지금 봐도 온당하다. 오늘이 그의 생일(1483년11월 10일)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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