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권 인맥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인천시장 시절 투자유치를 위해 트럼프를 만나 협상해 본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 정도가 유일한 예외로 꼽힌다.
안 의원은 9일 본보 통화에서 “트럼프는 한국인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다”며 “트럼프는 장사꾼이고, 사업가이기 때문에 ‘윈-윈’ 전략으로 협상을 하고 대화하면 의외로 한미관계가 잘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2008년 송도 국제도시 개발 당시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펜트하우스에 있는 집무실에서 트럼프를 만나 직접 투자유치 설명을 했다. 하지만 안 의원이 시장 3선에 실패하면서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안 의원은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트럼프가 당시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정직하다. 그동안 한국인들과 한 사업은 다 결과가 좋았다’고 호감을 표시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그는 당시 양쪽 주먹을 마주치는 제스처를 하며 ‘한국이 다시 싸우냐. 통일이 되느냐’며 한반도 정세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안 의원은 “한국에 호감을 가진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한 것은 미국의 경제ㆍ일자리 상황에 불만을 갖고 변화를 원하는 계층을 설득하기 위한 선거전략이었을 것”이라며 “선거용과 실제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실제로 만나보니 트럼프는 독특하고 강한 성격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오히려 협상하기에 더 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 정치권에 ‘트럼프 통’이라고 부를만한 인적 자원은 거의 없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7월 전 세계 보수정당 모임인 국제민주연맹(IDU) 부의장 자격으로 공화당 전당대회를 참관해 멀찍이서 트럼프 당선인을 지켜본 정도가 전부다. 야당은 미국 공화당과 이념적으로 가깝지 않아 트럼프 인맥이라 할 만한 인적자원이 더 없다. 20대 국회가 들어섰지만 한ㆍ미 의원외교협의회는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 외교통일위 간사인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 소속 오바마 정부가 8년을 연임하다 보니 우리 외교라인에 미 공화당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2008년 안상수 의원-도널드 트럼프 회동 영상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이 인천시장 시절인 지난 2008년 9월 미국 뉴욕 맨하튼에 있는 트럼프타워 내 도널드 트럼프의 집무실에서 트럼프에게 송도 국제도시 투자유치를 위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안 의원에게 "한국이 다시 싸울 가능성이 있냐"고 물었고 안 의원은 "결국 통일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안 의원이 전했다. 안상수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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