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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설마했는데... 트럼프 당선 북핵 못잖은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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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설마했는데... 트럼프 당선 북핵 못잖은 충격

입력
2016.1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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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축하ㆍ축전 보냈지만...

당정협의ㆍNSC 열어 대책 논의

당국자들 속내 “예측 불허” 당혹

대북 정책공조 어그러질까 우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美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외교·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향' 당정협의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美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외교·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향' 당정협의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현지 시간)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 정부 내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못지않은 ‘충격’과‘당혹감’이 흘렀다. 내심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봤던 정부 입장에서는 ‘트럼프’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간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한미동맹은 변함 없으며 정책 공조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보여왔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기존 미국의 외교 안보 노선과 180도 다른 입장을 표명해왔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9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펜스 부통령 당선인 앞으로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 한미 관계 발전을 기대하는 축전을 보냈고, 정부도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자 정부는 이날 오후 당정협의와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상임위원회를 잇따라 열며 대책 논의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미국 대선결과와 관련한 당ㆍ정협의회에 참석해“트럼프 후보는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핵 문제라고 밝혔다”며 “그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해왔고, 인수위 등 캠프 인사들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애써 트럼프 당선에 따른 우려감을 불식시키려 했다. 외교부도 그간 클린턴 후보 측과 86회, 트럼프 후보 측과 106회 접촉했다면서 한미 동맹과 대북 정책 공조에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참모로서 새 정부에도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에드윈 풀너 전 헤리티지 재단 회장과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 등을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외교안보 부처 당국자들의 속내는 다르다. 하나 같이 “예측 불허” “완전 새로운 시대”라며 당혹해 하는 표정이었다. 트럼프 캠프 내에 외교안보 분야 인사들이 소수에 불과한 데다, 이들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 정부 당국자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그간 트럼프 캠프 쪽에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우리측 입장과 북핵 문제 공조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까지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며 한국을 압박했다. 우리측 입장이 트럼프 당선인에까지 전달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한 김정은을 미국으로 초청해 같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도 역설하는 등 한미 간 정책공조에 어긋나는 발언들도 스스럼없이 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캠프 인사들 얘기와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발언하는 내용이 달라 우리로서도 당혹스러웠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 어떤 정책을 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워싱턴의 대다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이 그간 트럼프 당선인에게 반기를 들어왔던 터라, 누가 차기 정부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될 지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한 관계자는 “미 측과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야 하지만, 누구와 접촉해야 할지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며 “이런 혼란과 당혹감은 비단 우리 정부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고, 미국 내에서조차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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