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신도심(행복도시) 첫 비즈니스호텔 건립 사업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무책임한 행정 탓에 공회전하고 있다. 비즈니스호텔 건립이 어려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부지를 팔아놓고 사업자에게 사업 추진을 종용해 ‘갑질 행정’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9일 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에 따르면 어진동(1-5생활권) 방축천변 상업업무용지 가운데 비즈니스호텔이 포함된 P5 구역 개발 사업이 2년 넘도록 표류 중이다.
해당 부지는 2년 전 행복청이 국내 상업용지 가운데 처음으로 사업제안 공모방식을 적용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부지 일부가 인근 성남중학교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에 포함돼 제동이 걸렸다. 세종시교육청이 숙박시설 건립에 대해 학교환경시설정화위원회를 열어 호텔 건립 안건을 통과시켰다가 성남중의 요청에 따라 재심의해 최종 부결한 것이다. 부결 근거는 학교보건법 상 상대정화구역(학교로부터 200m 이내)에는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규정이었다.
비즈니스호텔 건립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주인 디앤씨건설 측은 해당 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행복청은 “호텔을 건립하라고 부지를 저렴하게 판 것이다. 용도 변경을 하는 것은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업주에게 정화위 심의를 재차 신청하라고 압박했다. 비즈니스 호텔 건립이 어려운 땅을 팔아놓고 사업주에게 사업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행복청이 당초 사업 공고에서 해당 사업의 일부 부지가 인근 학교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했다면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수 있었다.
행복청의 서투른 행정은 정치권에서도 질타 받았다. 국회 국토교통위 천정배(광주 서구을ㆍ무소속)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행복청이 부실 검토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호텔건립을 추진해 놓고,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억지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따졌다.
행복청의 적반하장 행정으로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해당 부지에 대한 사업착수 최소 한도기한(2년)은 지난 6일자로 만료됐다. 원칙적으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하지만, LH는 미착공의 귀책사유가 사업주에게 있진 않다고 보고 기한을 연장해준 상태다.
사업주는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 호텔 건립은 더 이상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화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심의를 통과해도 호텔 건립을 반대하는 학교와 학부모 등의 민원도 걸림돌이 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실제 시교육청이 호텔 건립에 대한 재심의는 가능하지만, 부결 결정을 번복하긴 힘든 분위기다. 성남중과 학부모들도 호텔 건립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업주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고에 안내하지 않아 정화위 심의 부분은 알지 못했는데 시행사가 이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뭐냐”고 억울함을 토로하며 “용도변경에 관계 없이 필요할 경우 법적으로도 이 문제를 따질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행복청 관계자는 “시교육청에서 재심의를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사업주에게 요청한 것”이라며 “재심의를 받아 그 결과에 따라 LH 및 사업주 등과 협의해 사업 방향을 조정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