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충청도 내륙의 고향에선 게장이라면 대개 참게장을 말했다. 알은 바다에 낳지만 민물에서 서식하는 참게는 바닷게에 비해 껍질도 연하고 크기도 작다. 그걸 달인 집 간장에 담가 푹 삭히면 정작 게살이나 내장은 거의 녹아 국물이 되다시피 한 짜디짠 게장이 됐다. 그래도 속 가장자리에 노란 알이나 내장이 좀 붙어 있는 게 껍질 하나를 차지해 기름진 흰 쌀밥 한 숟가락 넣어 비벼먹던 감칠맛은 잊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게장이라고 하면 감칠맛이 응축된 아주 짠 게장을 원형처럼 여긴다.
▦ 요즘은 참게장보단 꽃게장이 흔하다. 바닷게인 꽃게는 참게에 비해 몸집부터 네댓 배는 족히 크다. 산란기인 6~7월의 알이 꽉 찬 암꽃게를 최고의 식재료로 친다. 물 좋은 꽃게는 쪄서도 먹고 탕으로도 요리하며, 게장을 담그기도 한다. 6ㆍ25 전쟁 이후에 꽃게를 토막 내어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려 삭히지 않고 바로 먹는 양념게장이 등장했다고 하나, 게장의 본령은 역시 간장게장이다. 다만 요즘 간장게장은 과거에 비해 살은 많되, 간은 훨씬 심심해진 게 특징이다.
▦ 간장게장을 ‘게젓’이라고도 한다. 기본적으로 젓갈음식이란 얘기다. 소금젓갈이든 간장젓갈이든 젓갈은 짜게 담가야 잡내 제거와 발효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근년 들어 저염식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간장게장에도 다양한 저염숙성(발효) 기술이 접목됐다. 간장에 한약재를 함께 써서 간을 낮추면서도 꽃게 비린내를 잡는 방법이 나왔다. 그런가 하면 메주나 일본의 낫토 등 콩을 발효시킬 때 작용하는 지푸라기의 고초균을 활용하는 간장게장 특허도 등장했다.
▦ 간장게장이 글로벌 미식 요리로 인정 받았다. 최근 발표된 ‘미슐랭 가이드 2017 서울 편’에서 종로의 한식당 ‘큰기와집’이 당당히 별 한 개를 얻었다. 김치를 비롯한 아시아의 발효음식에 대한 국제적 이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청주 한씨 집안의 300년 된 씨간장을 이용해 간장게장을 담그는데 특유의 깊은 감칠맛으로 유명하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큰기와집 역시 짜지 않게 게장을 담그기 위해 1차로 꽃게를 우린 간장에 갖은 약재를 넣고 달이는 방법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심심한 간장게장이 대세라고 해도, 예전 입맛엔 게장이든 간고등어든 짭조름해야 제 맛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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