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고유권한 국정원장ㆍ대법원장 인사권
2선후퇴 의지 가늠자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국가정보원장과 사법부를 비롯한 헌법기관장 인사권의 이양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에 명시된 국무총리의 ‘행정 각부 통할권’을 넘어서는 사실상 대통령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현행 국정원법에는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총리의 통할 범위 밖에 있는 셈이다. 또 국정원이 생산하는 정보도 사실상 대통령이 독점하도록 돼 있다. 국정원이 생산하는 정보는 성격상 대통령 이외의 권력과 나누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정부에서 책임총리 역할을 했던 김종필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의 동의 하에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로부터 별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게 유일한 예외다. 하지만 이는 DJP연합을 통해 정권 창출이 이뤄진 연립정부 성격이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국정원이 대북 정책을 좌우하는 핵심기관이라는 점에서 국정원장 인사권 이양 여부는 거국중립내각의 성격을 규정할 핵심 변수다. 대북 문제는 여ㆍ야, 진보ㆍ보수 정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인 데다, 북핵 실험 등으로 안보위기가 한껏 고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사법부 인사권도 이 참에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당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내년 1월 끝나고 뒤이어 9월엔 양승태 대법원장도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또 이상훈(2월)ㆍ박병대(7월) 대법관도 퇴임한다. 보수 정권 9년 사이에 사법부의 보수화ㆍ관료화가 심각한 상태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ㆍ대법관ㆍ헌법재판소장ㆍ감사원장 등의 임명은 헌법상 모두 국회 동의를 거쳐야 임명이 가능하다. 여소야대 정국임을 감안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무조건 인사권을 고집할 수도 없는 환경인 셈이다. 다만 내년 12월 임기가 끝나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임에 대한 인사권은 통례상 차기 대통령 당선인 몫으로 돌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당은 국정원장 인사권을 포함해 대통령 고유권한도 총리에게 넘겨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인사와의 대화’에서 “군통수권과 계엄권은 물론 국정원ㆍ감사원ㆍ사법부ㆍ헌법재판소에 대한 인사권 전반을 거국중립내각에 맡기고 대통령은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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