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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지말고 들으세요…‘필름 콘서트’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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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지말고 들으세요…‘필름 콘서트’ 붐

입력
2016.11.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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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탄둔 무협영화 3부작'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서울시향과 함께 영화 '영웅'의 삽입곡을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탄둔 무협영화 3부작'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서울시향과 함께 영화 '영웅'의 삽입곡을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지난 4일 저녁 잠실동 롯데콘서트홀. 중국 3대 무협영화 ‘와호장룡’, ‘영웅: 천하의 시작’, ‘야연’ 속 음악이 차례로 서울시향의 연주로 울려 퍼졌다. 가로 12m에 달하는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진 영화를 배경으로 ‘영웅’에는 바이올린 협주곡, ‘와호장룡’에는 첼로와 체임버 협주곡, ‘야연’에는 피아노 협주곡이 연주됐다. 작곡가 탄둔이 직접 지휘봉을 잡은 이 공연은 2011년 상하이엑스포 초연 뒤 일본 산토리홀, 호주 시드니하우스, 독일 라이프치히 아레나, 미국 할리우드 원형극장 등에서 선보이며 연일 화제가 됐다. 이날 국내 초연을 본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일반 영화관에서는 음악이 영화 장면을 받쳐주는 조역 위치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롯데홀에서는 한층 주도적인 위치의 ‘영화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음악’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와 영화를 함께 보는 ‘필름 콘서트’가 붐을 이루고 있다. 이달 26일 롯데홀에서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음악을 입힌 ‘데이비드 브릭스 무성영화 클래식’이, 12월 16일 같은 장소에서 영화 ‘아마데우스’를 원작으로 한 ‘아마데우스 라이브’가 국내 초연된다. 서울시향도 내년 9월 정기공연으로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삽입곡을 영화 상연과 함께 연주한다.

영화 '아마데우스' 전막 상연과 라이브 연주를 합한 필름 콘서트 '아마데우스 라이브'의 10월 영국 초연 장면. 세나 제공
영화 '아마데우스' 전막 상연과 라이브 연주를 합한 필름 콘서트 '아마데우스 라이브'의 10월 영국 초연 장면. 세나 제공

‘아마데우스 라이브’를 기획한 세나의 서유진 이사는 “필름 콘서트가 미국과 유럽에서 자리 잡은 건 5, 6년 전부터”라며 “줄어드는 클래식 관객을 잡기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가 반응이 커 아예 공연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인기를 반영하듯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2016~17 시즌 공연에 ‘필름 시리즈’를 만들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0월)를 비롯해 ‘워터플론트’(2017년 1월), ‘레이더스’(4월), ‘카사블랑카’(6월) 등 필름 콘서트 4편을 공연한다. 콧대 높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지난 달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시티 라이트’에 음악을 입힌 필름 콘서트를 선보였다.

국내 속속 선보이기 시작한 필름 콘서트는 미국, 유럽에서의 인기가 아시아 지역까지 번진 결과라는 평가다. 백수현 서울시향 공연기획 차장은 “지난 달 비공개로 열린 아시아 오케스트라 공연기획자 포럼에서 필름 콘서트가 화제였다. 먼저 시작한 홍콩, 대만 오케스트라 담당자들이 공연 매진됐다고 서로 추천했다”며 “다만 이 도시들에서는 융ㆍ복합 공연이 인기를 모은 게 필름 콘서트 인기의 배경으로 우리 시장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필름 콘서트는 크게 두 가지 장르로 나뉜다. ‘탄둔’과 ‘무성영화 시리즈’처럼 영화 주요 장면에 새로 편곡, 작곡한 음악을 덧입히는 방식과 ‘아마데우스 라이브’ ‘해리포터’처럼 영화 전막을 상영하면서 중간에 삽입된 클래식 곡을 연주하는 방식이다. 초기 편곡 방식이 대세를 이뤘지만 대형 기획사들이 시장성을 발견하면서 전막 상영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지난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필름 콘서트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영화 삽입곡을 연주하고 있다. 뉴욕필 홈페이지
지난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필름 콘서트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영화 삽입곡을 연주하고 있다. 뉴욕필 홈페이지

영상과 라이브 연주를 결합한 공연은 이전에도 종종 시도됐다. 영화 ‘디 아워스’ ‘트루먼 쇼’ OST 작곡으로 알려진 현대음악가 필립 글래스가 1990년대 장 콕토의 무성영화 ‘오르페’ ‘미녀와 야수’ ‘시인의 피’에 오페라 음악을 작곡해 함께 공연한 ‘필름 오페라’가 대표적이다. 클래식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 받는 이 시리즈는 그러나 ‘공연인들을 위한 공연’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전위적이라 대중성을 확보하진 못했다. 국내 역시 2003년 LG아트센터가 필립 글래스가 다큐멘터리 영화에 음악을 입힌 ‘필립 온 필름’, 마이클 니만이 무성영화에 음악을 입힌 ‘카메라를 든 사나이’를 공연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최근 붐을 일으키는 필름 콘서트는 가족 관객을 타깃으로 한 대중공연으로 기획됐다는 점에서 이전 필름 오페라와 구분된다. LG아트센터 공연기획부 신호경 매니저는 “5, 6년 전부터 해외 공연기획자들로부터 필름 콘서트를 제안 받는데 대부분 가족극이라 극장 성격과 맞지 않아 추진하진 않았다”며 “유명 해외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에서 ‘필름 앤 라이브뮤직 프로그램’ 섹션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로 대세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일례로 올해 유럽과 미국을 강타한 필름 콘서트는 영화사 워너브라더스가 기획한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로 필라델피아, 샌디에이고, 런던 등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 중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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