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는 다음 달 확실시 됐던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계도 멈춰 세웠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왑(Overnight Index SwapㆍOIS) 시장이 전망한 12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50% 밑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선 직전(82%)보다 무려 30%포인트 넘게 폭락한 것이다. OIS는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한 금융기관 간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금리로, OIS시장 전망치는 연준의 기준금리 향방 지표로 쓰인다.
실제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달러 약세를 통한 미국 수출 증대를 강조해 온 만큼 당장 내달 금리인상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의 직접적인 압박이 아니더라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로서도 요동치는 국제금융시장의 상황을 무시하고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엔 부담이 클 수박에 없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12월은 물론 내년까지도 완화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가치가 상승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며 저금리를 주장해왔고, 심지어 스스로를 ‘저금리 인간(low interest rate person)’ 으로 칭하기까지 했다. 비록 대선 경쟁이 본격화한 9월부터는 “연준이 오바마 행정부에게 유리하게끔 인위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등의 언급을 해왔지만, 이는 표심 확보를 위한 정치적 수사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해석이다.
트럼프가 연준의 수장인 옐런 의장 교체를 공공연하게 언급해온 것도 향후 금리 행보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부분이다. 그는 옐런 의장에 대해 “매우 정치적”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임기만료 후 옐런 의장을 “재지명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임기 4년의 연준 의장은 연임에 제한이 없지만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2014년 2월 취임한 옐런 의장의 임기는 오는 2018년 2월에 끝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고,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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