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송 낸 손자 패소 판결
조선왕족 이해승이 일제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은 것은 친일행위이고 작위와 함께 받은 재산도 친일재산에 해당해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이해승의 손자 이모(77)씨가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지정한 것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9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친일재산으로 확인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해승은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 자손으로 1910년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와 함께 현재 가치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은사금 16만8,000원을 받았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이해승이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상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도 이해승이 1913년과 1917년 취득한 서울 은평구 일대 토지를 친일재산으로 보고 2009년 국고환수를 결정했다. 이해승의 재산을 상속받은 이씨는 이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이해승의 여러 친일행각을 친일행위로 인정하면서도 “한일합병의 공으로 받은 작위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산환수 재판에서도 국고로 환수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1년 친일재산귀속법이 개정되면서 한일합병 공로와 상관없이 일제로부터 작위만 받은 경우에도 친일행위로 인정하고 재산도 환수할 수 있게 됐다. 개정법 부칙은 개정조항을 소급해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이씨는 “개정법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8월 합헌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심은 이해승이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행위는 친일행위에 해당하고, 그의 재산도 환수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이 판단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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