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으로 남발한 과격한 공약
대내외 마찰로 이행 쉽지 않을 듯
"1100만 불법이민자 추방 불능"
선거기간 중 번복 가능성 내비쳐
의회 견제도 리더십 컨트롤 역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거친 언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고 이민자를 범죄자로 취급, ‘대통령 자질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백악관에 입성한 뒤에도 이런 행태를 바꾸지 않는다면,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국정은 거칠고 즉흥적인 리더십에 의해 이끌어질 수 밖에 없다. 선거운동 기간 중 표를 얻기 위해 두서없이 남발된 공약을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대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마찰을 감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당장 우려되는 분야는 ▦불법이민자 문제 ▦중국에 대한 통상압력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등이다. 특히 멕시코 국경에 거대 장벽을 건설하고 건설 경비를 멕시코 정부에 부담시킨다는 공약을 실제로 이행하려면 주권국가인 멕시코는 물론이고 미국 내부에서도 큰 반발이 불가피하다. 임기 응변적 리더십이 북핵 대응에서 튀어나온다면, 한국으로서는 갑자기 ‘통미봉남’의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 주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경영자 특유의 유연성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선 기간 중 상황에 따라 세제개혁과 불법 이민자 처리 등에 관해 수시로 말을 바꾼 것도 이런 기대를 낳게 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6월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한꺼번에 추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약 번복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선거 기간 중에는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을 다짐했으나,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의 행정부 견제 역할이 트럼프 당선인의 거친 리더십을 중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이 이번 상ㆍ하원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긴 했지만, 트럼프의 공약과 정책이 공화당 기본 노선과 달라 의회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9월 워싱턴을 방문해 미 의회 지도자를 만난 뒤,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동맹, 경제협력 등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우리측 우려를 전달하자 의회 지도자들이 ‘(대선 공약은) 선거용이고 선거가 끝나면 제도와 예산을 의회가 갖고 있는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대선 승리 연설에서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 또한 기대감을 낳게 하는 요인이다. 그는 “부강한 미국,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겠다”고 미국 우선주의를 밝히면서도 대내외의 협치를 다짐했다. 결국 트럼프 리더십의 실체는 집권 이후 핵심 공약인 이민자 문제 처리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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