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예측 처참한 오류 속출
‘샤이 트럼프’ 탓 돌리며 회피
미국의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들은 선거 당일까지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예상을 깨고 당선되면서 클린턴 우세를 점쳤던 주요 언론ㆍ조사기관들은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8일 오전(현지 시간) 클린턴 후보의 당선확률이 84%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확률은 16%에 불과했다. 미 CNN방송도 이날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대선예측 프로그램인 ‘정치예측시장’의 전망을 인용해 클린턴의 당선확률이 91%라고 전했다. 하지만 개표가 시작되며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NYT와 CNN방송은 이날 자정쯤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95%까지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선거 전날에도 대부분 매체와 기관들은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다. 미 정치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7일 클린턴이 47.2%, 트럼프가 44.2%로 클린턴이 3.0%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발표하는 등 22개 여론조사 중 20개에서 클린턴이 트럼프를 앞섰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 조사에서조차 클린턴이 우세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한 언론은 LA타임스ㆍUSC 등 2곳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판세를 알 수 없는 경합주가 많았고 여론조사 등에 노출되지 않은 트럼프 지지층인 ‘샤이 트럼프(shy Trump)’가 대거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카일 드롭 모닝컨설트 수석 연구소장은 이번 예측 실패에 대해 “응답자들은 전화 여론조사원에게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트럼프 지지층들이 예상보다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이 2012년 대선에 투표를 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이번 선거도 예측했다는 데서 여론조사의 ‘편향성’이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의 당선을 꾸준히 예측한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아리 캅테인 연구소장은 “트럼프 승리를 예상한 이유는 투표를 해본 적 없는 유권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며 “이들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건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를 배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인공지능(AI)은 트럼프의 당선을 정확히 예측했다. 인도계 벤처기업 제닉AI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그AI’는 구글, 페이스북, 트뤼터,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용자들이 많이 언급하는 후보를 선별하는 방식으로 대선 예측을 해 트럼프를 포함 지난 세 번의 대선 결과를 모두 맞혔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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