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의 불량품이나 중고품을 새 것처럼 수리해 원래보다 싼 값에 파는 리퍼폰 판매사업을 시작했다. 리퍼폰 판매가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삼성전자가 배터리 발화(發火) 문제로 단종한 갤럭시노트7도 리퍼폰으로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9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지디넷 등에 따르면 애플은 온라인 공식 매장인 애플스토어를 통해 지난해 10월 출시된 아이폰6sㆍ6s플러스의 리퍼폰 판매를 미국에서 개시했다. 리퍼폰 가격은 아이폰6s 16기가바이트(GB)의 경우 새 제품(529달러)보다 80달러 저렴한 449달러(약 51만원), 아이폰6s 플러스 16GB는 100달러 저렴한 529달러(60만원)다. 구입 후 원하는 이동통신업체에서 개통하면 된다. 애플 측은 “고온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 지 품질 검사를 거쳐 새 이어폰과 함께 새 상자에 포장한 제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리퍼폰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아이폰 이용자가 제품에 이상이 생겨 사후서비스(A/S) 센터로 가져오면 일정 비용을 받고 리퍼폰으로 바꿔줬다. 아이폰의 경우 제품 설계상 문제가 있는 부품만 빼서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 9월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갤럭시S4, 갤럭시S5, 갤럭시S6, 갤럭시S6엣지,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4 등 구형 스마트폰을 정가보다 30~50% 낮은 가격에 리퍼폰으로 내놨다. 출시한 지 오래 된 단말기일수록 할인 폭이 크다.
이처럼 휴대폰 제조 업체들이 리퍼폰 판매에 뛰어드는 것은 재고 처리 부담을 덜면서 재활용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생산한 뒤 판매하지 못하거나 리콜한 휴대폰은 보통 폐기되거나 일부 부품만 빼서 재활용해 리퍼폰으로 재판매된다. 이 가운데 리퍼폰 판매는 부품 대부분을 다시 활용하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제조사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재고 처리 방식이다.
환경단체들도 휴대폰 제조 업체에 재활용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폐기되는 갤럭시노트7 전체 물량에는 금 100㎏, 은 1,000㎏, 코발트 2만㎏, 팔라듐 20~60㎏, 텅스텐 1,000㎏ 등이 포함돼 있다”며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부품을 재활용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었다.
때문에 관심은 총 430만대가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갤럭시노트7의 리퍼폰 판매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갤럭시노트7 수거율이 미국에선 80%, 국내에선 30% 미만인 만큼 교환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처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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