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예상을 깨고 당선되자 지난 7월 진보성향의 영화인 마이클 무어(62)가 트럼프의 승리를 단언했던 사실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무어는 총기문제를 지적한 ‘볼링 포 콜럼바인’, 부시 정권의 무능함을 다룬 ‘화씨 9/11’ 등 사회성 짙은 영화들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당시 무어는 블로그에 올린‘트럼프가 승리할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공업지대 유권자들의 분노, 여성을 꺼리는 백인남성, 구식 정치를 대표하는 클린턴에 대한 무관심, 투표를 포기한 버니 샌더스 지지자, 제시 벤투라 효과(기존 정치에 실망이 크면 상상밖 선택을 하는 경향) 등으로 클린턴이 결국 패배할 것이라 전망했다. 무어는 “트럼프의 당선을 그 누구보다 싫어한다”면서도 “이런 나쁜 뉴스를 전달하게 돼 유감이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당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였던 무어 감독은 클린턴이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걸 막아야 한다”며 클린턴 지지로 돌아섰다. 트럼프의 승리를 확신한 글 또한 트럼프의 당선을 막기 위해 역설적으로 그의 승리 요인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무어 감독은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 IFC센터에서 트럼프 후보를 풍자한 다큐멘터리 ‘트럼프 랜드의 마이클 무어’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상황을 임의로 설정하고, 트럼프 당선 이후 벌어질 가상의 사건들을 다뤘다. 트럼프가 당선된 상황은 멕시코 접경 도시에 대한 미국의 공습이 이뤄지고, 뉴스 채널은 보수 언론이 장악한 것으로 그려졌다.
한편, 실제 대선 결과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은 물론 언론들의 표심 분석에서도 무어의 이러한 관측이 맞아떨어지자 그의 블로그 글은 개표 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거듭 회자되고 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