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엄중 처벌 필요” 15년형 선고
햄버거를 먹고 양치를 하다 의식을 잃은 4살배기 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40시간 가량 굶기는 등 상습 학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20대 어머니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 신상렬)는 9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추모(27)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추씨에게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추씨는 지난 8월 2일 오후 1시쯤 인천 남구의 한 다세대주택 화장실에서 이를 닦던 딸 주모양이 갑자기 몸이 풀리면서 쓰러지려고 하자 “꾀병을 부린다”며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추씨는 주양의 얼굴을 때려 화장실 바닥에 넘어뜨렸고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일어나지 못하는 주양의 머리를 잡아 바닥에 내리치는가 하면 옆구리를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했다. 7월 31일 오후 7시 30분부터 약 40시간 동안 굶다가 햄버거와 치킨을 먹고 이를 닦던 주양은 폭행을 당한지 약 1시간 만에 숨졌다. 주양은 당시 중증의 빈혈과 영양 불균형, 폐렴을 앓고 있었다.
추씨는 2012년 이혼한 남편 주모(32)씨가 키우다 올 4월 인천의 한 보육원에 맡겨진 주양을 석달 뒤인 7월 4일 집으로 데려온 뒤 사망하기 전까지 때리고 굶기는 등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추씨는 7월 19일 오후 7시 16분쯤 자신의 집에서 주양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신문지를 두껍게 말고 테이프를 감아 만든 길이 45㎝ 몽둥이로 엉덩이 등을 30여대 때렸다. 7월 28일에는 전날부터 굶어 쇠약해진 주양이 인사를 잘 못하고 소변이 마렵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로 머리는 걷어차는 등 학대했다.
추씨는 또 8월 1일 오전 8시쯤 주양을 데리고 강원 속초 여행을 갔던 동거인 박모(27ㆍ여)씨가 “주양이 여행을 가서 소변을 제때 보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화가나 주양을 30℃가 넘는 실내에서 40분간 손을 들고 서있게 했다. 추씨는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주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철제 옷걸이로 발바닥도 때렸다. 박씨와 추씨의 친구 전모(27ㆍ여)씨도 주양의 양팔과 양다리를 손으로 수차례 때리는 등 학대에 가담했다.
재판부는 “키가 약 95㎝, 몸무게가 약 14㎏으로 또래 평균(키 106㎝, 몸무게 17㎏)에 비해 왜소한 체격의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잔혹하게 학대를 당한 끝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며 “국민들은 피고인의 반인륜적인 행위에 대해 공분했고 일부는 법원에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최근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 예방과 처벌에 관해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아동학대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엄중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며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했고 피고인의 전 남편이자 피해자의 친부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단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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