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ㆍ철강업체 대표 등 71명 적발
심야 시간대 고성능 외제차와 불법 개조 차량을 몰고 일반도로에서 시속 350km로 광란의 자동차경주를 벌인 폭주족들이 경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불법 레이싱에 참여한 운전자 중에는 공무원을 비롯해 철강업체 대표, 대학생, 농민도 끼어 있었다.
전북경찰청은 9일 상습적으로 난폭운전을 일삼은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등)로 철강업체 대표 김모(37)씨 등 폭주족과 차량을 불법 개조한 정비업자 등 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2014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새만금 방조제(33.9Km) 편도 2차로 직선구간에서 수백 차례에 걸쳐 제한속도 80㎞를 무시하고 최대 시속 350㎞로 난폭 질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주말 심야시간마다 이곳에 모여 일정지점을 통과하며 최고속도를 경쟁하는 일명 ‘롤링’과 정지상태에서 급발진 해 속도를 겨루는 ‘드래그’ 경주를 하며 스피드를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속도 경쟁은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2월 14일 오후 11시 9분쯤 새만금 방조제에서 시속 176km로 달리던 K5차량이 진로 변경하던 투싼차량을 들이 받아 투싼 운전자가 사망했고, 같은 해 9월 27일 오전 1시 25쯤 레이싱하던 인피니티 차량이 횡단하던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 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난폭 불법 경주에는 4억원을 호가하는 람보르기니와 닛산 GT-R, 벤츠 AMG, BMW M3 등 고가의 외제 슈퍼카들이 동원됐다. 속도를 높이고 굉음을 내기 위해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을 불법 개조해 출력을 높이기도 했다.
자동차 경주에 참여한 운전자 중에는 국가직 공무원과 회사 대표, 회사원, 대학생, 농민, 차량정비업자 등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자동차 동호회 카페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경주 영상을 게시해 자랑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차를 좋아해 부품을 바꾸고 레이싱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적발된 운전자들에 대해 운전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불법 개조차량은 압수할 방침이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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