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서 경합주 줄줄이 따내며
21석 확보, 최소 51석 과반 차지
오바마ㆍ민주당 8년 수포 가능성
공화당 내 비판세력은 생존 성공

8일(현지시간)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ㆍ하원 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수성에 성공했다. 백악관과 의회의 밀월관계가 예고되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임기 초반 강력한 국정 장악력을 확보하게 됐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은 이날 34곳에서 치러진 상원 선거에서 기존 의석을 포함해 최소 51석을 얻으며 다수당 지위를 지켰다. 민주당은 47석이 예정됐다. 6년 임기의 상원은 2년마다 전체 100석 가운데 3분의 1을 다시 뽑는다. 앞서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4석과 46석을 나눠 가졌다.
하원은 전체 435석으로 2년마다 모두 새로 선출하며, 이번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최소 235석을 얻어 민주당(191석)에 대승을 거뒀다. 상원 2석과 하원 9석은 개표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트럼프에 부정적인 여론이 상ㆍ하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쳐 2년 전 중간선거에서 빼앗긴 상원 다수당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우위에 있던 민주당 후보들이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 줄줄이 패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됐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예상 밖 선전에 선거 막판 미 연방수사국(FBI)의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등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백악관과 의회가 모두 공화당 손에 떨어지며 트럼프는 강력한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입법안이 대통령 최종 서명 전 상ㆍ하원을 반드시 통과해야 할 만큼 의회 권력이 막강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주요 정책을 놓고 상ㆍ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지만, 트럼프는 의회의 전폭적 협조가 예정돼있다. 다만 상원에서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슈퍼 60석’에는 미치지 못해, 부분적으로 민주당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난 8년간 일궈온 정책들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은 건강보험 개편, 이란 핵 협상 등 ‘오바마 레거시’를 폐기하겠다고 벼려 왔다. 쿠바와의 관계 개선, 난민 수용 등 민주당의 유화적 대외 정책도 강경 선회하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연방대법원 구성도 바뀔 전망이다. 총 9명의 종신대법관은 현재 보수 4명, 진보 4명으로 공석이 1석이다. 향후 트럼프가 보수 성향의 법관을 지목하고 의회가 인준하면 주요 판결이 보수적으로 흐를 수 있다. 공화당이 백악관, 의회, 법원 모두 장악해 삼권분립이 무색하게 공화당이 사회 전반을 좌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단아’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가 포진한 의회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대선 과정 내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이민자 추방 등 당 정체성에 반하는 공약을 주장한 트럼프와 불협화음을 내 왔다.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의 패색이 짙어지자 아예 트럼프와 선을 긋고 ‘각자도생’식 선거 운동을 벌였다. 프린스턴대의 줄리언 젤리저 역사학과 교수는 “공화당이 트럼프 지지층, 극단적 공화당주의자, 폴 라이언 지지층 등 세 개로 쪼개져 내전에 빠질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실제로 상원에선 트럼프에 비판적이던 공화당 지도부가 당선되며 저력을 과시했다. 트럼프로부터 ‘가짜 전쟁영웅’이란 비난을 받은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6선에 성공했고, 트럼프의 사퇴를 촉구한 마이크 리 상원의원도 유타에서 재선했다. 한편 네바다에서는 민주당 소속 캐서린 코르테스 마스토 전 주 법무장관이 히스패닉계로는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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