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경쟁 임대 지침 시행 논란
자본력 밀린 생계형 농민들
기업형 농가에 농지 내줄 판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비판
제주도는 지난 1일부터 도내 공유재산을 임대할 때 반드시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임대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공유재산 관리를 투명하게 하겠다며 기존 수의계약 방식을 금지한 것이다. 이는 지난 4ㆍ13총선 당시 제주도 국장 출신의 한 후보자가 도청 근무 당시 공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직사회가 내부 정보 등을 이용해 재산 증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제주도감사위원회는 공유재산 관리실태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여 전ㆍ현직 공무원 32명(직계가족 10명 포함)이 공유재산를 사들인 사실을 확인했다. 또 부적절한 행정행위 32건을 적발하고 시정ㆍ주의 등 237건의 행정처분도 내렸다. 공유재산 관리가 엉망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도는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서 5급 이상 공무원은 공유재산을 매수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강화된 공유재산 관리 방안을 내놨다. 공유재산 임대 시 공개경쟁 입찰을 하도록 하는 이른바 ‘제주형 공유재산 임대 지침’도 이 같은 관리 방안 중 하나다.
이번 임대 지침은 제주도 공유재산관리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수의계약 사항에 대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임대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공유재산관리조례에 규정된 ‘1만㎡ 이하 농경지 경작 목적 대부’,
‘임야를 목축ㆍ광업ㆍ채석 등의 목적으로 대부’, ‘대장가격 3,000만원 이하 대부’ 등이 수의계약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대부 신청 기간 내에 신청인이 1인일 경우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도의 공유재산 관리 강화가 애먼 생계형 농민들의 농지 마련에 불똥으로 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개경쟁 입찰을 실시할 경우 자본력을 앞세운 기업형 농가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제주도가 공유재산 관리를 부실하게 해놓고 그 책임을 애꿎은 농민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비판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제주도의회 김경학 의원은 “이번 공유재산 대부 지침은 그 동안 생계수단이 없어 척박한 돌밭을 한 뼘 한 뼘 일궈 농토로 가꿔낸 농민들의 땀과 노력의 세월을 무시한 처사”라며 “도민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의 책임만을 면피할 수 있도록 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또 “오해를 받지 않으려고 일방적인 공개경쟁 입찰을 적용하는 것은 공유재산의 부실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역주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유재산 관리 시스템을 개선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도내 공유재산 대부 현황을 보면 2,760필지 1,583만2,000㎡가 임대됐고, 주요 대부 목적은 농경지, 초지, 방목지, 주택부지 등으로 조사되고 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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