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LPGA 엄마 골퍼 홍진주(오른쪽)와 세 살 난 아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사진=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아이와 있다 보니 정신이 맑아지더라. 아이 덕분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잠을 잘 자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
'엄마 골퍼' 홍진주(33ㆍ대방건설)는 지난 6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팬텀 클래식에서 10년 만에 정상에 오른 후 이 같이 말했다. 최종 3라운드가 열렸던 당일 홍진주는 까마득한 후배들인 장수연(22ㆍ롯데), 허윤경(26ㆍSBI저축은행)과 18번홀에서 3차례나 거듭된 연장 승부를 펼쳤다.
야간 경기였다. 현장의 일부 취재진은 홍진주의 극적인 우승을 바랐다. 홍진주는 투어에 2명뿐인 '엄마 골퍼'였고 선수들을 대표하는 선수분과위원장이기도 했다.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투어에서 30대 중반 고참 선수가 우승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우승 후 기자회견장에 세 살 난 아들과 동행한 홍진주는 '또 다른 엄마 골퍼 안시현(32ㆍ골든블루)의 우승에 영감을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극을 받은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안시현은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국내 대회에선 12년 만의 우승인데다, 시즌 첫 30대 선수의 우승이어서 남다른 조명을 받았다. 안시현은 "딸 그레이스와 고생한 가족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고 강조했다.
8일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벌어졌다. 홍진주, 안시현이 엄마의 힘을 보여줬다면, 정조국(32ㆍ광주FC)과 염기훈(33ㆍ수원 삼성)은 아빠의 이름으로 모두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득점왕과 베스트11, 최우수선수(MVP)까지 석권한 정조국은 "많이 힘들었는데 이런 상을 받으려고 그랬던 것 같다"며 "사랑하는 아내인 탤런트 김성은(33) 씨와 축구 선수 정조국을 가장 좋아하는 아들 정태하 군에게 더 떳떳한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시즌까지 FC서울에서 뛰다가 올해 광주로 이적한 정조국은 2003년 데뷔 후 처음으로 20골을 터뜨리며 광주의 클래식 잔류를 이끌었다. 시상식 전 선수 대기실에서 만난 정조국은 "축구선수는 언제나 그라운드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축구 선수, 아빠, 남편으로서 그는 '100점 만점'이었다.
염기훈도 베테랑으로서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올 시즌 15도움으로 최다도움상을 수상했다. 염기훈은 물오른 감각을 자랑하는 후배 이재성(11도움ㆍ2위)을 4도움 차이로 가볍게 제쳤다. 염기훈은 2009년 12월 김성기 강경상고 감독의 큰 딸 김정민 씨와 결혼했다. 염기훈은 아들 선우 군과 딸 효주 양을 키우고 있는 아빠다.
워킹맘 또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일과 가족을 동시에 잘 살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황혼기에 접어든 30대 스포츠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강도 높은 훈련과 경기의 연속인 생활 중 부모와 배우자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자녀와 배우자는 일을 하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하며 일에서의 성과는 다시 가족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 한해 홍진주와 안시현, 정조국, 염기훈 등은 일과 가정에서 '행복의 절충점'을 찾았다. 스포츠가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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