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시계 제로’ 공포.. 아시아 증시 급락
뉴욕증시는 소폭 하락 개장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기습 융단폭격에 9일 전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급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잔뜩 겁에 질린 시중자금은 엔화, 채권, 금 등 안전자산으로 긴급 대피했다. 하지만 이날 밤 개장한 미국 증시는 소폭 하락으로 장을 열었고, 급락세로 출발한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향후 트럼프가 이끌 미국이 세계 경제질서에 몰고 올 일대 격변을 앞두고 시장은 잔뜩 숨을 죽인 양상이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5%(45.00포인트) 급락한 1,958.38로 거래를 마쳤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무난히 당선되리란 전망 속에 상승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트럼프 후보가 경합주마다 선전 양상을 보이면서 오전 10시15분께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을 키웠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날보다 3.92%(24.45포인트) 떨어진 599.74로 장을 마감, 작년 2월 이후 1년 9개월여 만에 6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일본(-5.36%), 대만(-2.98%)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뒤이어 개장한 다우지수(-0.20%), S&P500지수(-0.58%) 등 미국 뉴욕 증시는 소폭 하락세로 출발했다. 앞서 1, 2% 안팎 하락세로 시작했던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날 밤 11시50분(우리시간) 현재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치, 안보 분야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극단적 공약을 서슴지 않았던 트럼프 후보 당선이 가져올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 시시각각 크게 엇갈린 결과로 해석된다.
각종 통화와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요동쳤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20원 넘게 급등한 끝에 전날보다 14.5원 오른 1,149.5원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후보가 대선 기간 내내 이민 문제 등으로 각을 세웠던 멕시코의 페소화 환율은 이날 선거 개표 도중에만 10%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는 달러당 101엔대까지 수위를 낮추며 가치가 급등했다.
정부는 잇따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비상 대응체제’로 전환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순실 게이트 등) 최근 국내 상황과 (트럼프 당선 여파가) 결합하면 우리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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