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10명 이상 취직 예상
지난해도 13명 일본 호텔 등 입사
어문계열 폐과 열풍 속 ‘쾌거’
다중언어 수업ㆍIT교육이 비결
작년 정시 9대1 인기 치솟아
전국 대학의 어문계열 학과들이 잇달아 폐지되는 가운데 전주대 일본언어문화학과(일문과)가 해외취업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 전주대에 따르면 이 대학 일문과(정원 40명)는 지난해 13명이 일본 기업과 관공서 등에 취업했고, 올해도 이미 3명의 학생이 졸업 이전에 일본 회사에 들어갔다. 연말이면 10명 이상이 해외에 진출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한 학과에서 해외 취업자를 두 자리 수 배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특히 전주대 일문과의 성적은 어문계열 학과들이 대학의 구조조정 1순위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값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지방대학의 경우 취업난과 학생모집의 어려움으로 불문과, 독문과, 일문과 등은 이미 간판을 뗀 곳이 많다.
일문과가 이 같은 열악한 환경을 뚫고 약진하는 비결은 독특한 융복합 교육 프로그램 때문이다.전주대는 일본어와 영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다중언어’ 수업을 1주에 6시간 이상씩 한다. 일본어로 영어 문법, 회화 등을 배우고 입사 면접 방법도 익힌다.
일분과 오미래(23ㆍ4년)씨 “영어가 싫어 일본어를 선택한 학생들이라 처음엔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이라며 반발하기도 하지만 언어학적 분석과 이해의 기반 위에서 체계적으로 학습을 하다 보니 한국어, 일본어, 영어 3개 국어에 대한 기본 틀이 잡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오씨는 일본 호텔과 공항 두 곳에 합격을 했다.
IT교육도 이 학과의 자랑거리다. ‘JapEN(Japanese+Engineer)'을 내걸고 1주에 3시간씩 이상씩 컴퓨터 언어와 앱, 홈페이지 제작 등 과목을 가르친다. IT에 능한 인문공학도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일본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영어강사를 한 경험을 살려 이 같은 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박강훈(42) 교수는 “일본 기업은 IT업계를 중심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다. 또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호텔, 관광업계 등에서 일본어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IT기업과 호텔 등 2, 3곳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즐거운 고민을 하기도 한다. 전주대 일문과는 해외취업 명문으로 부각되면서 지난해 12월 정시 모집에서 경쟁률이 8~9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박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몰려 오는데 과거만을 고집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실험과 시도는 선택 아닌 필수”라며 “해외취업 무대를 일본뿐 아니라 호주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다변화 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최수학 기자 sh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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