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하면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선택이 주목 받고 있다. 국정 중심이 국회로 넘어오면서 여야를 거중조정해야 할 국회 의장의 역할과 정치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8일 박 대통령과의 회동 후 오후 2시 새누리당 정진석ㆍ더불어민주당 우상호ㆍ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 3당 원내대표와 만나며 후속 논의에 착수했다. 이 자리에서 우상호 박지원 두 야당 원내대표들이 “총리가 내각 통할하도록 할 것”이라는 박 대통령 의 발언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하자, 정 의장은 “실제 내각구성 권한을 전폭적으로 총리에게 위임한 것인지를 내가 직접 청와대에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야권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향후 영수회담이나 총리 추천을 둘러싼 여야 협상 과정에서도 정 의장의 중재 역할이 역대 어느 의장 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사실상 국정운영을 책임지게 된 상황에서 여야가 정치 공방만 벌이고 국회 의장은 손만 놓고 있다가는 국회 자체가 심판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이럴 때 일수록 여야 협의의 원칙을 강조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고 전했다. 이날 국회 5개 상임위원장 및 여야 간사단과 함께 한 오찬 간담회에서도 정 의장은 예산부수법안 지정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를 해야 제대로 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의장이 전횡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입법부 수장으로서 정 의장이 팔을 걷어 부치고 협상을 직접 주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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