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개헌론자 김종인·손학규 꺼려
“자신의 정치 꿈 가진 사람 곤란”
非文-비박 ‘개헌’ 고리로 뭉치면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
이정현은 DJ맨 김성재 접촉도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철회의 뜻을 밝히면서 여야가 합의해 추천할 총리 후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소야대 구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야당이 수용할 수 있는 야권 성향의 인사가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첫 손에 꼽힌다. 지난달 31일 새누리당 지도부는 두 사람과 김병준 후보자를 ‘총리 후보’로 추천했다. 당시엔 여야 3당간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김 후보자를 지명, 야권이 절차를 문제 삼아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국회에 추천 권한을 넘긴 상태다. 때문에 김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후보로 재론되어도 야권이 반대만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 김 전 대표를 두고 제1 야당인 민주당 내 친문(문재인)ㆍ비문 진영 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친문 진영에선 “국정 수습에 힘을 모아야 할 때 개헌이나 자신의 정치적 꿈을 가진 사람을 총리로 추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대 의견이 많다. 반면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전권이 부여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김 전 대표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경우 새누리당에선 ‘김병준 카드’의 철회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1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국민의당에서도 절차적 하자가 없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야 정파 간 입장이 갈리는 실질적인 이유는 ‘개헌’에 있다. 개헌론자인 김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총리에 오를 경우, 의원내각제 등을 염두에 둔 개헌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현 시점에서의 개헌에 부정적이다. 이런 친문 진영을 제외한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개헌을 고리로 모여 ‘제3지대’의 볼륨을 키운다면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차기 대선주자 1위인 문 전 대표 측에선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이를 의식한 듯,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관료 출신이나 전문가 가운데 국정 수습에 헌신할 분이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고건 전 총리 등을 총리 후보군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전날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 사회원로들과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이날 고건 전 총리 등 전직 총리들을 만나 국정 수습 방안을 논의한 것도 총리 후보자 추천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야 간 물밑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전날 김대중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을 접촉했다. 김 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어제 전화를 걸어와 거국내각 얘기를 꺼내기에 ‘그런 얘기 마시라, 지혜롭게 민심을 살펴서 하시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선 김한길 전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새누리당에선 비박계를 중심으로 김황식 전 총리, 친박계에선 이인제, 한화갑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여권이 총리 후보자 추천을 주도할 경우 야당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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