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등 동남부 3개 경합주
초반 투표 결과가 승패 가늠
트럼프 지면 승복 여부도 주목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경합주(swing state)는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와 플로리다 등 대형 경합주는 기존 텃밭의 개념까지 허물어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 남성,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층인 흑인, 히스패닉계가 얼마나 많이 투표장에 몰리는가도 선거 결과를 좌우할 변수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과연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투표 결과를 수용할 지가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경합주 초반 투표 결과가 풍향계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남부 해안지역에서 이날 밤 나올 초반 개표 결과를 대선 향방을 가늠할 ‘대선 풍향계’로 꼽았다. 버지니아와 플로리다, 조지아의 경우 오후 7시(한국시간 9일 오전 9시)에 투표가 마감되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버지니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연달아 승리한 지역으로 클린턴도 이곳에서 승리해야 안정적으로 백악관에 다가간다. 플로리다는 전통적 공화당 지지성향이지만 최근 늘어난 히스패닉계 유권자가 클린턴에 힘을 실으며 지지율에서 1% 차까지 따라 붙었다. 특히 플로리다의 히스패닉 투표율은 콜로라도와 애리조나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거인단 수도 29명으로 경합주 중 가장 많아 트럼프와 클린턴 모두 플로리다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지아도 주목할 경합주로 꼽힌다. 조지아는 1992년 대선을 제외하고 줄곧 공화당 텃밭이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3분의 1인(31.7%) 흑인이 몰표를 던져 클린턴이 트럼프를 지지율 1~2% 포인트까지 추격했다. 조지아는 흑인 투표율을 가늠하는 곳으로, 클린턴이 이곳에서 패하면 흑인 노동자가 많은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도 고전이 예상된다.
오후 7시 30분에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오하이오의 투표가 종료된다. 노스캐롤라이나는 트럼프에게 대선 승리를 위한 ‘필수 지역’이다. 4년 전 대선에서 공화당 밋 롬니가 승리를 거뒀지만 최근 클린턴이 우위를 보였다가 트럼프가 다시 맹추격해 역전했다. 트럼프의 ‘뒷심’을 상징하는 노스캐롤라이나가 공화당의 손을 들 경우 다른 경합주에서도 트럼프의 선전이 기대된다. 중서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의 대표주자 오하이오는 현재 트럼프의 승리가 점쳐진다.
오후 8시에는 뉴햄프셔와 펜실베이니아의 투표가 마감된다. 뉴햄프셔는 선거인단 수(4명)는 적지만, 민주당 성향의 고학력 백인 유권자가 많아 이들의 응집력을 엿볼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지난 6번의 대선에서 내리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백인 노동자가 트럼프에 기울며 양당 후보가 팽팽히 대결을 펼치고 있다.
‘샤이 트럼퍼’들의 행보도 관심
CNN은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공개는 꺼려온 ‘침묵하는 다수’가 얼마나 투표장에 모습을 내비칠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교육수준이 낮은 백인 남성인 이들 상당수가 트럼프를 지지하면서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의견을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클린턴에게는 오바마 당선의 원동력이던 흑인 유권자의 저조한 투표 열기가 불안 요소다. 다만 트럼프의 이민자 비하 발언에 분노한 히스패닉 유권자가 선거에 열의를 보이며 클린턴의 승리 확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을 내비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끈질기게 선거 조작 가능성을 주장했고, “대선 결과가 의심스러우면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도 말했다. CNN은 또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된 이후 내홍에 빠진 공화당이 선거 후 당을 어떻게 수습할지도 관심사”라고 분석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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