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역은 강원도의 ‘아픈 손가락’이다. 과거 진폐증과 환경훼손 등 각종 부작용을 무릅쓰고 산업현장과 가정에 에너지를 공급했으나,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시행 이후 탄광지역 경제는 맥 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아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강원랜드는 태백시를 비롯해 정선ㆍ영월군, 삼척시 도계읍 등 폐광지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00년 문을 열었다. 폐광지역 주민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처방이었다.
강원랜드 연 매출은 내국인 스몰 카지노 개장 첫 해인 2000년 909억 5,300만원을 시작으로 2007년 1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1조 6,337억 1,700만 원까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은 4,416억 원에 달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외형적인 성장과 달리 안타깝게도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여전히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강원랜드가 낸 수익이 폐광지에 재투자 돼야 하는데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송기헌(원주 을) 의원이 강원랜드와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원랜드는 설립 이후 올해 1분기까지 모두 5조 7,290억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 가운데 국세가 4조748억 원으로 71%, 지방세는 1조6,542억 원으로 29%에 그쳤다.
폐광지 개발을 위해 투입될 것으로 기대했던 재원의 상당액이 국고에 귀속되는 사이 탄광지역 4개 시군 인구는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추진 이전인 1989년 41만 명에서 지난해 19만 9,276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강원랜드가 들어서 일자리가 창출되기는 했으나, 세밀한 후속대책 부족으로 인구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연식 태백시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강원랜드 자회사는 관광산업에 집중돼 일자리 창출이 미흡한 데다 대부분 경영난”이라며 “친환경에너지, 항노화 등 제조업 중심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여기에 강원랜드가 2조 9,648억 원에 이르는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도 폐광지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태백 등 폐광지 주민들이 지난 여름 강원랜드의 역할 재정립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더구나 강원랜드는 한시법인 2025년 폐광지역지원 특별법(폐특법)이 종료되면 현재 매출의 95%를 차지하는 내국인 카지노 독점권이 불확실해진다. 폐광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동력 마련이 시급해 진 시점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강원발전연구원이 강원랜드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성장과정과 운영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JDC는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2년 설립됐다. 핵심사업은 국내유일의 내국인 면세점이다.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를 기반으로 한 강원랜드와 재원마련 방식이 유사하다.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2조 6,829억 원이 투자됐다. 생산유발 효과는 3조401억 원으로 추산된다. 경영진이 중심이 돼 운영하는 강원랜드와 달리 JDC는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 정책관실 주도로 ‘10개년 종합ㆍ시행계획’을 세워 운영 중이다.
연구원은 특히 카카오 등 130개 기업을 유치한 첨단과학기술단지와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설립, 첨단 헬스케어, 주거단지 조성에 따른 인구유입과 지역 내 부가가치 창출 등 JDC가 단기간 거둔 성과에 주목했다. 내국인 카지노 의존도를 줄이고 9년 이내 대체산업을 연착륙시켜야 하는 강원랜드에게 새 투자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또 제주도와 JDC, 대학, 투자기업이 공동으로 지난 2014년 청년인재양성 사무국을 발족시켜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나서고 있는 점도 눈 여겨 볼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발전연구원은 “두 지역의 환경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정부의 JDC지원방식과 성과를 낸 자체 사업을 강원랜드에 적용한다면 낙후된 폐광지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강원랜드는 같은 듯, 다른 JDC 사례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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