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4일 미국 시카고심포니연주홀. 이날 상주단체인 시카고심포니를 이끌던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MTT)는 말러 교향곡 9번 1악장이 끝나고 갑자기 무대 뒤로 사라졌다. 웅성거리를 관객 앞에 양손 가득 ‘기침 사탕’을 들고 나온 MTT는 일일이 사탕을 다 나눠준 뒤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이날 공연은 ‘번스타인 이후의 가장 흥미로운 음악선생님’으로 불리는 MTT의 대중성이 여실히 증명된 퍼포먼스로 클래식 역사에 기록됐다.
클래식계 슈퍼스타 MTT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처음 내한한다. 1994년 음악감독으로 부임해 22년째 이 악단을 이끌며 시카고 심포니, LA필하모닉, 보스턴 심포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최강 오케스트라로 성장시켰다. 클래식 붐을 불러일으킨 PBS 교육 프로그램 ‘키핑 스코어’, 테드 강의 등으로 대중과 적극 교감하고, 2014년부터 리허설 장소를 콘서트홀 ‘사운드박스’로 바꿔 일반에 공개하는 등 대중과 호흡도 열심이다.
MTT는 8일 서울 반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75년부터 단원으로 활동 중인 바이올린 김금모 단원과 헬렌 김(제2바이올린 부수석), 김인순(제 1바이올린), 데이빗 김(비올라) 등 4명의 ‘김씨 단원’이 활동 중이다”며 친밀감을 표했다. ‘키핑 스코어’에서의 내레이션과 똑같은 목소리로 한국 관객에 맞춘 준비된 답변을 1시간여 동안 쏟아낸 그는 “10일 쇼팽협주곡 2번을 연주할 피아니스트 임동혁도 좋은 평가를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오케스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악 그룹이에요. 서로가 서로를 때로는 이끌기도, 따르기도 하며 다이내믹하게 (소리가) 변하죠. 매일 밤 연주가 다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가, 우리가 연주하는 음악을 결정하죠.”
40여 년간 이 악단에서 세이지 오자와,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등을 상임 지휘자로 함께 연주한 김금모 씨는 서울시향의 전신인 서울관현악단의 초대 지휘자 김생려 선생의 막내딸. 김씨는 “단원으로 볼 때 MTT는 카리스마 있고 개성 강한 지휘자”라며 “같은 곡이라도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지휘한다. 곡에 흠뻑 빠져 지휘하다 울기도 할만큼 감성이 풍부하다”고 소개했다.
대중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대중에 원하는 방식으로 지휘 스타일을 바꿀 의향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관객 특성이 바뀌고 있지만 클래식 음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때론 훨씬 거대하다”고 에둘러 말했다. “클래식 음악은 멜로디 화음 리듬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걸 넘어서서 감정적으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게 클래식 음악이죠.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생애 초반기에 클래식 음악을 소개시켜 말처럼 자연스럽게 배우고 표현하도록 할 수 있는 게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10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첫 내한 공연에서 자신의 특기인 말러 교향곡 1번과 MTT 자신이 1998년 작곡한 아그네그램을 연주한다. 쇼팽 스페셜리스트 임동혁이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함께 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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