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대책위, 부실 용역 주장
동굴 훼손ㆍ공항 안전성 지적
사전타당성 용역 재실시 촉구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 인근에서 자연동굴이 발견됐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제2공항 사전타당성 연구 용역이 부실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15일부터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에서 서쪽으로 300여ｍ 떨어진 곳에 있는 ‘모남궤’ 대한 학술조사를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궤’는 큰 바위나 절벽 따위로 가려지고 땅속으로 깊숙하게 패어 들어간 굴을 뜻하는 제주어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위치한 모남궤는 과거 마을 주민들이 물을 받아먹었다고 전해지는 자연동굴이며, 지역주민들이 지난 8월에 입구를 찾아냈다. 학계에서 제대로 된 조사도 없어 정확한 규모와 생성시기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번 모남궤 실태조사는 동물전조사 전문기관인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가 맡고 있으며, 현재까지 굴 내부 100ｍ 이상을 조사했다.
반대대책위와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학술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모남궤가 뻗어나간 곳이 제2공항 사업예정지안의 땅 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성산읍 지역을 제2공항 예정지로 발표한 근거인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에서는 이 모남궤는 언급조차 없었다.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것을 고의적으로 넣지 않은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모남궤가 제2공항 예정지에서 1㎞ 부근 거리에 있는 거대한 용암동굴 군락 중 하나인 수산굴에서 뻗어 나온 가지굴인지도 조사 중이다. 천연기념물 제467호인 수산굴은 길이 4,520ｍ로 세계에서 일곱 번째, 국내에서는 세 번째로 긴 용암동굴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서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은 수산굴에 대해서도 등재 신청을 권고했다.
성산읍 반대대책위와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조만간 모남궤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중앙부처와 국회를 방문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용역의 문제점을 알리고, 제2공항 예정지내 동굴군 조사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은 이날 모남궤 발견과 관련 논평을 통해 “지난 2006년 성산읍 난산리 일대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진행하던 중 수산굴의 가지굴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고, 결국 풍력발전사업은 중단됐다”며 “이번에도 수산굴의 가지굴이 또다시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가치가 높은 용암동굴 훼손 가능성과 함께 공항으로서의 필수 요건인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실이 드러난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조사는 동굴조사를 포함해 빠른 시일 내에 합당한 용역팀을 재선정해 재실시돼야 한다”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제2공항 관련 예산도 전면 삭감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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