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이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눈치만 봤다”며 검찰 책임론을 제기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검찰이 엄정 수사를 했더라면 지금 같은 헌정 중단 사태까지 초래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이 석 달 가까이 우 전 수석의 위세에 눌려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눈치만 보더니, 이제는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박근혜 대통령 주변을 파헤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한 게 80일 전인 데, 시중에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한 각종 설이 나무하고,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본격 내사를 준비하고 있던 때”라며 “검찰이 그때라도 수사에 착수했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번졌겠느냐”고 재차 검찰을 탓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대통령과 그 주변을 우 전 수석이 지킬 수 있다고 믿었던 거 아니겠느냐”며 “(하지만)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를 위세로 가로막은 건 대통령을 지킨 게 아니라 험지로 밀어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8월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우 전 수석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이로 인해 “대통령을 보호해야 할 여당 원내대표가 현직 민정수석을 공격할 수 있느냐”는 친박계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친박계 한 핵심 인사도 “지금 생각하면, (2년 전)정윤회 문건 사태 때 (박 대통령의 측근) 3인방 문제 등이 정리 됐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라며 검찰의 수사를 아쉬워했다. 당시 검찰은 3인방 문제는 놔두고, 문건의 유출과정에만 초점을 맞춰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관천 전 경정을 사법처리 했다.
정 원내대표는 우 전 수석의 사례를 빗대어, 당 안팎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이정현 대표의 사퇴 결단도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을 좀더 달라는 이 대표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며 하지만 “바른 선택이 아니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침몰시킨 건 성난 민심이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는 것 역시 민심뿐”이라며 “우리는 성난 민심의 한복판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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