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촛대바위 인근 공사현장서
근로자 신고 받고 투입됐다 참변
풍랑주의보 속 무리한 작업 수사

강원 삼척시 근덕면 초곡항 공사현장 인근 갯바위에서 높은 파도(너울)에 고립된 근로자들을 구조하던 해경 특공대원 2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1명은 다쳤다. 너울에 휩쓸려 바다에 빠진 근로자 1명은 구조됐으나 결국 숨졌다.
동해해경본부에 따르면 8일 오후 1시14분쯤 초곡항 인근 해안녹색경관길 공사현장 갯바위에서 강모씨 등 근로자 4명이 높은 파도에 고립되고, 임모(64)씨는 바다에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 본부 소속 특공대원 4명은 근로자 4명을 구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박권병(30) 순경과 김형욱(38) 경사가 거센 너울에 쓸려 바다에 빠졌다. 박 순경은 해경 헬기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3시50분쯤 숨졌다. 김 경사는 실종됐다. 함께 구조를 하던 이모(34) 경장은 왼쪽 다리가 부러져 강릉아산병원으로 후송됐다. 해경과 소방당국은 현장에 해경 함정 7척과 헬기 3대, 122구조대를 투입해 김 경사를 찾고 있다. 실종된 근로자 임씨는 이날 오후 4시9분쯤 구조된 뒤 숨졌다.
숨진 박 순경은 2012년 해양경찰이 돼 4년 간 해경 함정에서 근무한 뒤 올 2월 특공대에 배치됐다. 그는 임신 7개월인 아내와 세 살배기 딸을 두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동료 대원들은 “힘든 임무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활력 넘치던 동료를 떠나 보내게 됐다”고 침통해 했다. 실종된 김 경사는 2002년 임용돼 14년간 특공대에 근무한 베테랑으로, 역시 해경 공무원인 아내와 딸(5) 아들(2)이 있다.

이날 사고 해상에는 오전 6시부터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이었고, 3m 내외의 크고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 3m 높이의 너울은 단위면적당 1.5톤의 힘이 작용할 정도로 위험하다. 그런데도 오전 8시쯤 임씨 등 인부 7명은 현수교 설치와 해안녹색경관길을 조성 중인 촛대바위 인근 현장에 들어가 바위를 평평하게 다지는 작업을 진행했다. 평상시 배를 타고 현장에 갔던 인부들은 이날은 파도가 높아 바위를 징검다리 삼아 작업장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오후 들어 너울이 더욱 거세지자 철수를 결정하고, 갯바위를 걸어 나오다가 2명은 빠져 나오고, 4명은 고립, 1명(임씨)은 바다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근로자들이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간간이 파도가 잠잠해진 틈을 타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 아닌지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척시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촛대바위 인근에 아치교 13.5m, 현수교 55m, 전망테크 165.7m 등을 설치하는 해안녹색경관길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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