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방문, 문전박대 코스프레”
야권은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전격 찾아 2선 후퇴 선언 없이 국무총리의 국회 추천을 요청한 데 대해 “대통령이 자신이 할 일은 하지 않고, 국회로만 공을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진의를 먼저 확인하고 추가 논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야당 지도부와 차기 대권 주자들은 한 목소리로 민심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치 공학적 꼼수” 라고 비판했다. 현행 대통령제 하에선, 총리에게 실질적인 조각권과 국정운영권한이 부여되지 않으면 ‘허수아비 총리’에 그칠 수 있다. 때문에 야권은 청와대가 민심의 하야 요구를 물타기 하려는 시도라는 의심도 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에 대한 사과와 반성 없이 국회를 기습 방문해 일방적으로 총리만 제안하라고 한 것은 또 한번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것이다”며, 대통령이 대국민약속 형태로 2선 후퇴 공개 선언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최순실, 우병우보다 이제 후임 총리가 누가 되느냐로 모든 초점이 옮겨갔다. 대통령의 정치는 기가 막힌다”고 비꼬았다. 대통령이 총리 지명 정국으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시간 벌기 용”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야권은 대통령의 전격적인 국회 방문 자체도 “문전박대 코스프레를 의도한 것”이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국회의장실과 야권의 말을 종합해보면, 청와대는 전날 밤 국회의장실에 정세균 국회의장과 대통령의 회동만을 요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의 국회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과의 회담도 조율하고 있다는 내용을 흘려 발표했다. 야당 지도부는 공식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고, 청와대는 나중에 발표를 정정했다.
야권은 대통령이 국회까지 직접 찾아 갔는데 야당 지도부가 면담을 거부하는 모습으로, 정치적 부담을 안기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 보고 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내용이나 절차 모두 민심과 동 떨어져 있는 국회상륙작전이었다”고 비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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