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이라크 모술 인근에서 대치 중인 쿠르드 민병대 페슈메르 소속 대원이 중고 방탄차를 몰고 교전 지역으로 들어가 부상당한 이라크 주민 70명을 구해내 영웅으로 떠올랐다.
7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이라크 민병대 아코 압둘라흐만(32)은 최근 자동차 경매 사이트에서 1만달러(약 1,141만원)를 주고 1990년대에 생산된 BMW 방탄차량 한 대를 구입했다. 주변에선 그가 거금을 주고 방탄차를 사자 “과시를 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압둘라흐만은 IS에 의해 사지에서 고립된 부상자들을 구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그는 “내가 이 차를 사니까 친구들이 매우 기뻐했다”라며 “총알을 막아주는 이 차를 타고 모술 남동부 키르쿠크로 달렸는데 두렵지가 않았다”고 CNN에 밝혔다.
IS의 조준사격과 포격을 뚫고 사지를 오가면서 그의 방탄차는 만신창이가 됐다. 차량에는 50여개의 총탄이 박히고 최루가스 공격으로 여기저기 부딪혀 차체가 망가졌지만 압둘라흐만은 전쟁터에 쓰러진 부상자들을 후송하기 위해 거듭해서 키르쿠크로 향했다. CNN은 “그가 여러 차례 전장을 오가며 목숨을 살린 부상자들은 70여명에 달했다”라며 “한 차에 수니파, 시아파, 투르크멘족, 기독교인을 함께 태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영웅적인 행동이 알려지자 키르쿠크 주지사는 그에게 감사장과 함께 50만 디나르(약 43만7,000원)를 봉투에 담아 건넸다. 그는 “감사장을 받는 것은 기뻤지만, 이라크인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로 돈을 받는 것은 모욕적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일 BMW사도 총탄 자국이 선연한 압둘라흐만의 낡은 BMW를 독일 본사에 전시하는 조건으로 최신형 BMW를 제공하겠다고 압둘라흐만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압둘라흐만은 새 차를 거절하고 대신 지금 차량만 수리해 계속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압둘라흐만은 “나는 범죄 살인자들로부터 조국을 지키려는 보통 이라크인일 뿐이지 영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