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리말 톺아보기] 강추위

입력
2016.11.08 14:29
0 0

“눈보라가 몰아치고 강추위가 덮치자 가마니틀 두 대를 아예 윗방으로 옮겨놓고 가마니를 쳤다.”(윤흥길, 소라단 가는 길) 이 문장에 나오는 ‘강추위’의 ‘강(强)-’은 ‘강한, 호된, 심한’의 뜻을 더해 주는 말이다. 국어사전에 ‘강추위(强--)’는 ‘눈이나 바람이 몰아치는 매서운 추위’로 풀이되어 있다.

“겨울에도 강추위만 헐벗은 사람들을 못 견디게 했을 따름, 싸락눈 한 알 날리지 않았다.”(안수길, 북간도). 이 문장에 나오는 ‘강추위’의 ‘강-’은 한자어가 아니다. 고유어 ‘강-’은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또는 ‘물기가 없는’의 뜻을 더해 주는 말이다. ‘강굴, 강기침, 강된장, 강모, 강서리, 강술, 강울음, 강주정, 강풀’ 등의 예가 있다. 국어사전에서 ‘강추위’는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로 풀이해 놓았다. 우리말에는 두 가지 ‘강추위’가 있는 것이다.

그럼, ‘강더위’라는 말도 있을까. ‘오랫동안 가물고 별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를 가리켜 ‘강더위’라 한다. “오늘도 강더위가 시작되려는지 밤새 내린 이슬들이 곡식 이파리에 붙었다가 이내 말라버렸고 … 해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김송죽, 번개치는 아침) 하지만 ‘强더위’는 없다.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나타내고 싶을 때는 ‘무더위’라 하면 된다.

‘강추위(强--)’는 이전 사전에는 없었다가 ‘표준국어대사전’(1999)에 처음 실린 새말이다. 본래 우리말에서는 고유어 ‘강추위’가 ‘강더위’와 짝을 이루어 널리 쓰였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저 ‘강추위(强--)’만 떠올릴 뿐이다. ‘강추위’는 우리 말글살이의 바깥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듯하여 마음이 쓰리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