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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52)씨의 돈을 뜯고, 유명 드라마 촬영장에 난입해 제작진을 폭행한 국내 최대 폭력조직원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통합 범서방파 조직원 81명을 붙잡아 이중 두목 정모(57)씨 등 17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재용씨가 범서방파와 엮이게 된 건 2011년쯤이다. 재용씨는 외삼촌 이모(65)씨가 경기 오산시에 있던 400억원 규모의 땅을 건축회사 A사에 팔면서 받지 못한 잔금 100억원의 채권을 이씨로부터 위임 받았다. A사는 현금 100억원이 부족하자 회사 소유의 경기 용인시 일대 토지를 담보로 설정했다. 이후 A사가 부도 처리되자 재용씨는 담보로 잡힌 용인 땅을 공매 처분하려 했다.
A사의 대표이자 땅 주인이던 김모(57)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통합 범서방파 간부급 조직원 조모(50)씨에게 이를 막아달라고 청부했다. 김씨 부탁을 받은 조씨와 조직원 40여명은 해당 토지로 몰려가 법원에서 인정해주지 않은 유치권을 불법으로 주장하면서,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20일 넘게 합숙하는 방법으로 공매 진행을 방해했다. 공매 실사단이 방문하면 내쫓기까지 했다. 결국 재용씨는 조직폭력배들에게 철수 대가로 20억원을 건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범서방파 조직원 10명은 또 2009년 9월 서울 송파구 장지동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 현장에 쳐들어가 제작진을 마구 때렸다. 이 사건은 방송인 강병규씨와 영화배우 이병헌씨 간 갈등으로 촉발된 사건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들은 그보다 한 달 전엔 전북 김제까지 내려가 교회 강제집행 현장에서 신도들을 소화기로 폭행하기도 했다.
1977년 고 김태촌이 만든 서방파 계열 3개 조직 60여명은 2008년 7월 경기 양평군의 한 리조트에서 다시 뭉쳐 통합결성식을 열고 통합 범서방파로 거듭났다. 이들은 2009년부터 서울과 경기지역의 건설현장과 유흥업소 등 이권이 개입된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위력을 과시하고 폭력을 일삼았다. 경찰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대규모 조직폭력배에 대한 단속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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