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개교 이래 서울대 미술대학은 당시 어지러웠던 역사적 상황과 변화를 같이했다. 서울 동숭동 경성대학 건물을 이어 받아 사용하다 6ㆍ25 전쟁과 함께 부산으로 피난을 떠났고, 1953년 휴전과 함께 서울 이화동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미술대학만을 위한 공간이 없어 연건동(1963), 공릉동(1972) 등으로 이전을 거듭했고 1976년에 이르러서야 현재 관악 캠퍼스에 번듯한 건물을 갖게 됐다.
서울대미술관은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사진전 ‘사진(寫眞)하다: 미술대학의 옛 모습들’을 30일까지 열고 있다. 지난달 동문 회고전에 이어 두 번째 기념전으로 130여 점의 사진이 포함됐다. 전시는 대학이 부산에서 서울로 복귀하고 난 직후부터 약 10여 년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는 입학, 수업, 학교생활과 교외교육, 졸업 등 일련의 과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예술가를 꿈꿨던 젊은이들의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가로로 길게 이어 붙인 종이 위 빼곡하게 적힌 미술대학 합격자 명단, 그 앞에 선 사람들의 표정에 여실히 묻어나는 긴장감과 안도감, 입학식과 졸업식에 참석한 학생들의 경직된 모습 등에는 경건함이 느껴진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다수 배출한 만큼 2부 전시는 인물 위주로 구성했다. 김종영(1915~1982), 이우환(1936~), 최욱경(1940~1985) 등 한국 미술계를 대변하는 걸출한 인물들의 청년기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명망 있는 작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무명의 인물까지 평등하게 조명한다. 전시장 관람 동선의 마지막 부분 벽면에 빼곡한 800여 명의 초상사진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사진 대부분은 1회 입학생인 성낙인(1927~2011) 선생이 촬영했다. 조각과에 입학,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미술대학의 모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미공개 상태로 폐기될 뻔한 사진을 다행히 미술대학에서 넘겨 받아 소장하게 됐고, 전체 4천 여장 중 일부가 이번 전시에서 공개됐다.
정영목 미술관장은 7일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로서는 사진 속 인물들을 모두 파악할 수 없지만 전시를 찾는 사람들을 통해 빈틈을 채워가고 싶다”며 이번 기념전을 “과정의 전시”라고 소개했다. 미술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사진 속 인물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한 일간지에 광고도 냈다. 사진 속 인물이 나타나면 미술대학이 소장한 사진을 선물로 증정한다.(02)880-9504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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