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에 수출업황이 나빠졌다고 평가한 수출기업이 2분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수출액 50만 달러 이상의 대기업 122곳, 중소기업 331곳을 대상으로 ‘3분기 수출업황 평가지수’를 조사한 결과 수출업황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57곳(12.5%)에 그쳤고, 138곳(30.5%)이 악화됐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화됐다고 답변한 수출기업의 비율은 2분기의 22.9%보다 7.6%포인트 증가했다.
수출 업황이 악화됐다는 응답은 대기업(20.7%→27.9%)과 중소기업(23.7%→31.4%)에서 모두 7%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업황이 악화됐다고 답변한 기업들은 그 원인으로 수출 대상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58.7%)와 원화 환율의 변동(36%)을 주로 꼽았다. 가격 경쟁력의 하락(21.7%)과 수출 경쟁의 심화(20.3%)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업황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들은 수요 증가(54.4%)와 상품 경쟁력 상승(36.8%)을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연구소는 “수출 상품의 경쟁력 여부에 따라 대상국의 경기 여건이 다르게 체감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출업황 평가지수를 매긴다. 지수는 업황이 개선됐다고 밝힌 기업이 많으면 100보다 높아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이보다 낮아진다. 조사 결과 3분기 수출업황 평가지수는 90으로 2분기의 96보다 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올해 1분기 85로 바닥을 쳤다가 2분기 96으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3분기에 다시 추락했다. 세부 지수별로 살펴보면 수출채산성(95→90)·수출물량(97→93)·수출계약(97→93)·자금사정(97→96)에 대한 수출기업들의 평가가 모두 2분기보다 하락했다.
특히 수출물량과 계약 지수는 9분기 연속으로 기준치인 100을 하회했고, 자금사정 평가지수는 10분기 연속 100을 밑돌아 전반적인 업황 악화 양상이 지속됐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4분기 업황에 대한 수출기업의 예상도 어두운 편이다. 설문에 응답한 453개 기업 가운데 4분기 수출예상액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기업이 159곳(35.2%)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기업(102곳ㆍ22.6%)보다 많았다.
전체의 20.8%가 5∼20% 수준의 수출 감소를 예상했고, 11.5%는 1∼5%의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20% 넘게 수출액이 감소하리라는 응답도 2.9% 나왔다. 다만, 연구소는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와 산업별 수주 현황, 환율 등 변수를 종합해 ‘수출선행지수’를 산출한 결과 수출 경기의 하락세는 진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의 4분기 수출선행지수는 114.7로, 3분기의 110.7보다 3.6%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18.2)보다는 3.0% 하락했지만, 하락 폭도 앞선 분기(4.3%)보다 줄어들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수출 여건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대(對) 중국 수출 부진과 자동차·무선통신기기 수출 차질 등으로 인해 4분기에도 수출이 3% 내외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7% 내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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