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영수회담 열려면 지명 철회를”
청와대 “그 문제까지 논의 가능” 여지
박대통령 2선 후퇴 가능성은 일축

청와대는 7일 박근혜 대통령의 자발적인 2선 후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을 포기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 거취 문제를 정리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이 여야와 대화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청와대에 ‘유폐’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야당의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요구에 대해 “그 문제까지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영수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두었다. 박 대통령은 2일 여야와 협의 없이 김 후보자를 덜컥 지명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영수회담 개최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 지명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의제에 구애 받지 않고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갈지 논의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모여야 한다”고 영수회담 개최를 여야에 요청했다.
청와대는 일단 영수회담을 열어 여야와 대통령ㆍ총리의 권한 분담 문제를 비롯한 정국 수습책을 조율하는 절차를 거쳐야 박 대통령이 최소한의 국정운영 권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김 후보자 지명 철회가 영수회담의 선결 조건이라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한 비서실장은 이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면담 자체를 거부해 만나지도 못했다.
이에 청와대가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출구를 찾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청와대는 일단 선을 긋고 있다. 김병준 후보자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여야와 청와대가 합의를 봐서 새 총리 후보자를 내면 저의 존재는 없어진다”며 거취 문제 결정을 청와대에 넘겨,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게 막강한 권한을 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이것이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하거나 내치 권한을 전부 이양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2선 후퇴는 법에 있는 개념이 아니고, 내치와 외치도 법적으로 분명히 구분할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도 안 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모든 것에서 물러나는 상황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고 부인하지 않은 뒤 “박 대통령이 여야와 협의해 힘 있게 내정을 이끌어가겠다는 뜻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소통 행보와 여야 설득 작업 등으로 시간을 벌면서 ‘탄핵ㆍ하야 민심’이 누그러지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염수정 추기경과 김장환ㆍ김삼환 목사 등 천주교와 기독교의 보수 성향 원로들을 잇달아 만났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 역할 문제 등에 대해 언급했는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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