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임시지도부 가동키로
당내선 분당 수순 돌입 관측까지
朴대통령 탈당 요구한 김무성
“지난 주말 文·安 만나 해법 논의”
野에 인정 못받는 李 우회 비판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의 진지 고수(固守)에 맞서, 비박계가 고사(枯死) 작전에 돌입했다. 매일 별도 논의기구를 가동해 사실상의 ‘동거정부’를 꾸리는 방식도 동원키로 했다. 대선주자들을 비롯해 비박계가 정국 해법에 목소리를 키우며 이정현 대표 체제를 ‘식물 지도부’로 만들 태세다.
7일 비박계는 전방위로 현 지도부를 압박했다. 차기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출당 조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주말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등 야권 인사들을 만나 정국 해법을 논의한 사실도 언급했다. 대야(對野) 조정능력을 상실한 이정현 체제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야권은 현재 이 대표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보고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본보 통화에서 “당권을 지키는 게 박 대통령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는 인식으로는 현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며 “오는 주말이 이정현 체제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이정현 체제와는 별도의 임시지도부를 가동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모임에 참석한 황영철 의원은 “(당내 사퇴 여론을 거부하는) 현 지도부를 인정할 수 없다”며 “그 역할을 대신해 당의 목소리를 낼 기구가 필요하니 (지도부가 사퇴할 때까지) 매일 오전 모여 회의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비박계가 분당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4일 의원총회에서 최고위원직 사퇴를 배수진으로 치며 이정현 체제의 퇴진을 압박했던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결국 최고위원 직을 던졌다. 강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를 새로운 인물로 구성하고 심지어 당명과 당 로고까지 바꾸는, 뼈를 깎는 혁신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에서 돌아선 민심을 다시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대표를 향해 “국민과 당원의 소리를 현실적으로 수용해 ‘이것(사태수습)만 마무리하고 사퇴하겠다’는 최소한의 로드맵이라도 내놓길 부탁한다”며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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