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무혐의 다행, 의도는 불순”
공화 “소신 잃고 정치적 물타기”
친분 있는 이들 ‘오비이락’ 옹호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장(FBI) 국장이 미 대선의 결정적 국면에서 정파적 결정을 두 차례 오락가락 내린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코미 국장을 신뢰하는 쪽에서는 오비이락(烏飛梨落)식 해프닝으로 여기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은 완전히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그가 도널드 트럼프를 돕기 위해 공화당원의 본색을 드러냈다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은 ‘권력자들의 비난에 무릎을 꿇고 소신을 져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미 국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물들은 6일 내린 ‘클린턴 무혐의 결론’은 법과 양심에 따른 적절한 행위라고 옹호했다. 전문 칼럼니스트인 주디스 밀러는 폭스뉴스 기고에서 “코미 국장의 행동은 대선 후보 누군가에 도움을 주려는 게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코미 국장을 지지자들은 10월말 이메일 재수사 방침을 의회에 통보한 것에 대해, 65만개 이메일이 추가로 발견된 사실이 언론에 새어 나갈 경우 대선에 더 큰 파장을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FBI는 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클린턴에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한다. 투표일 이전에 모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수사관이 24시간 내내 점검 작업을 벌였으며,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신속하게 발표한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코미 국장의 행보로 낙승을 예상하던 판세가 박빙 우위로 돌아선 민주당은 비난 수위를 낮추지 않는 모습이다. 뒤늦게 무혐의를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10월말 재수사 방침을 발표한 의도는 여전히 불순하다는 것이다. 또 공화당원인 코미 국장이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 민주당에 타격을 줄지 모른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ㆍ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코미 국장의 결정으로 대선 경쟁에서 특정 후보가 큰 타격을 입었다”며 “FBI가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상급기관인 법무부가 감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격앙되기는 공화당 진영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은 코미 국장의 9일전 ‘재수사 방침’으로 트럼프와 클린턴 지지율 격차가 크게 좁아지고 상ㆍ하원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반사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코미 국장을 소신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겁쟁이’로 비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는 등 민주당이 총출동해 비난하자, 정치적 물타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트럼프도 “65만개 이메일을 열흘도 안돼 검증할 수 있느냐”며 “클린턴을 처벌할 수 없는 미국의 왜곡된 시스템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결국 의도가 어디에 있었든, 이메일 재수사 파동의 최대 피해자는 FBI와 코미 국장 자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직 법무부 관료인 도우 키멕은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코미 국장이 진정한 영웅이라면 정치 편향 논란을 일으킨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느 정파가 의회를 장악하게 되더라도, FBI와 코미 국장의 행동을 추궁하는 청문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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