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유례 없는 조기투표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조기투표율은 사상 최고치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투표 수단 다양화로 인한 일반적인 추세기도 하지만 일찍이 표심을 정한 히스패닉 등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달려 간 결과라는 분석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미국 선거 계획’에 따르면, 대선을 사흘 앞둔 5일(현지시간) 현재 미 전역에서 유권자 4,119만1,079명이 조기투표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등록 유권자 1억4,600만명 중 28.2%에 달하는 수치다. 대선 전날인 7일까지 일부 주에서 이어지는 조기투표까지 합칠 경우, 투표율은 최대 40%까지 상승할 전망이어서 2008년(29.7%)과 2012년(31.6%) 대선 조기투표율을 무난히 경신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례적인 조기투표 움직임은 상당 부분 라틴계 유권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CNN은 유권자 정보 분석 업체인 캐털리스트를 인용,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3대 핵심 경합 주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조기투표 움직임이 상당히 거센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조기투표자 수만 놓고 비교할 경우, 조지아에서는 히스패닉 투표자 수가 2012년 대비 이미 2.4배 넘게 높아졌다.
히스패닉의 조기투표 열풍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멕시코 장벽 설치 등 반(反)히스패닉 공약을 내놓은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일찍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약 71%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선택하는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편향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히스패닉 유권자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역대 미국 주요 선거에서 조기투표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00년 이전 20%에 못미쳤던 조기투표율은 투표 요건 완화, 투표 수단 확대 등의 요인으로 인해 추세적으로 높아졌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방송에 따르면 올해 조기투표는 대면 투표를 허용하는 워싱턴DC 및 34개 주, 우편을 통한 조기투표를 택한 3개주 등 총 37개 지역에서 시행됐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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